예산 논리로 제한되어 온 중증장애인 노동권,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 보장하라!
예산 논리로 제한되어 온 중증장애인 노동권,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 보장하라!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11.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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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결과에 대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입장

지난 11월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을 가결했다. 환노위 수정안에 따르면, 장애인 권리예산 노동권 분야와 관련하여, 당초 정부가 제시한 예산안 대비 일부 증액안이 포함되었다. 특히 “장애인 근로지원인 제도 예산의 확대”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대한 중앙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명시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근로지원인 제도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19조의2(근로지원인 서비스의 제공)에 따라 “중증장애인이 안정적ㆍ지속적으로 직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이 제도를 통해 제공되는 근로지원인은 상당수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노동을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한편 장애인 노동자들의 근로지원인에 대한 수요는 지난 5년 간 큰 폭으로 급증해 왔다. 특히 2019년 이후 근로지원인 제공을 요구한 장애인 노동자들의 수는 매년 3,000여 명 씩 증가해 왔고, 21년 근로지원인을 신청한 장애인 노동자는 전년 대비 5,000여 명 증가했다. 이는 그동안 노동 영역에서 당연한 것처럼 배제되어 온 중증장애인 노동자 당사자들에게 근로지원인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 것인지를 방증해준다.

그러나 2022년에는 근로지원인 예산이 조기 소진되었다는 명목으로 상대적으로 늦게 근로지원인을 신청한 장애인 노동자들이 근로지원인을 제공받지 못했고, 이 탓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입사를 포기하는 등 장애인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침해 사태가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우원식 의원실에 따르면 22년 7월 기준 올해 근로지원인을 신청한 15,281명의 중증장애인 중 2,000명이 넘는 이들이 근로지원인을 제공받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는 근로지원인 수요가 이렇게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안에서 근로지원인 인원수와 예산을 동결했다. 이는 정부가 중증장애인에 대한 노동권 개선 사안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명백히 드러낸 것이었다. 아울러 언제나 그래왔듯, 예산 논리로 중증장애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결정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물론, 장애인 당사자들은 고용노동부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고, 결국 이 문제는 우원식 의원에 의해서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 결과 ‘국회 환노위 예산소위’를 통해 근로지원인 예산은 당초 고용노동부의 예산안보다 확대 편성되었다. 심사결과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근로지원인 지원’ 사업(2,163억 4,100만원)은 2022년에 예산이 연도 중에 조기 소진되고, 지원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목표인원을 확대하여 지원하기 위해 256억 4,000만원 증액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심사소위에서 근로지원인 예산 증액이 일부라도 반영된 것은 다행이나,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본다. 지난 5년 간 중증장애인의 근로지원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을 고려해 본다면, 사실 이 증액안은 자연증가분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 이 증액안에 따르면 2023년에는 2022년보다 2,000여 명 정도의 중증장애인이 추가로 근로지원인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지만, 앞서 밝혔듯 2022년 근로지원인을 신청한 장애인의 수가 2021년보다 대폭 급증한 것을 고려해 본다면 이 예산만으로 과연 내년에 근로지원인을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 모두에게 근로지원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사실 이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 근로지원인 제도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현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제20조의2(근로지원인 서비스 제공대상자의 선정 등)에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예산의 범위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시간 동안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중증장애인이 근로지원인을 제공받을 권리보다 ‘예산 논리’를 더 우위에 두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현행 제도 상 언제든 ‘예산 소진’을 명목으로 근로지원인을 제공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심사보고서>의 ‘Ⅲ. 부대의견’에는 “고용노동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 등 중증장애인이 수행하기 적합한 직무로 구성된 일자리사업을 지원하도록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는 그동안 노동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명목으로 노동 영역에서 당연한 것처럼 배제되어 온 최중증장애인들을 우선 고용하여, 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UN장애인권리협약>을 이 사회에 실질화하고 대중들에게 홍보하는 노동을 수행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일자리는 이미 시민사회에서 혁신적인 일자리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처음으로 노동을 경험해 본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의 삶의 개선에도 수많은 긍정적 성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장연은 애당초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이 사업이 시작될 당시부터 이 일자리가 지자체 곳곳으로 확장되는 동안에도 수년에 걸쳐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공단 차원에서 이 일자리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와 장애인고용공단은 언제나 이 요구를 묵살해 왔고, 심지어 지난 국정감사 이은미 의원의 대면질의 과정에서 이 일자리에 대한 책임을 보건복지부에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환노위 2023년도 수정 예산안이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에 예산을 지원하고 이 일자리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이에 대한 추진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에 전장연은 정부와 국회에 아래의 사항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하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환노위 2023년도 수정 예산안에 반영된 중증장애인 노동권 장애인권리예산을 원안 통과하라.

하나, 전장연은 지난 2023년 정부 예산안에서와 같이 예산 논리로 중증장애인들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만행을 향후 거듭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근로지원인 예산을 중증장애인들의 수요에 맞춰 대폭 확대하기 위하여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과 논의를 거쳐 이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형태로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를 제도화하라.

2022. 11. 2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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