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한 번은 산(山)에 간다
1주일에 한 번은 산(山)에 간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12.06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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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1주일에 한번은 반드시 산에 간다. 우연한 기회에 결심한 일이다. 주로 토요일에 가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유명한 산에 갈 때는 주중에 간다. 그래야 한적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직에 있을 때는 주중산행(週中山行)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래서 대전 인근에 있는 산들을 다녔고, 동네에서 가까운 산들도 자주 다녔다. 그러나 퇴직을 하고 난 이후에는 먼 곳에 있는 산에도 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주중에 여러 산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산을 가는 주간에는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고단하지 않고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기기 위해서다.

주말산행이 한 주간의 주요일정으로 확립된 이후로는 산행을 거른 적이 없다. 토요일에 산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일정이 중복되거나 장대비가 쏟아지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일요일에 가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토요일에 산행을 하기 위해 미리 일정들을 조정하려고 노력했다. 또 무턱대고 산을 오르내리기보다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놓으면 산행의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서 ‘사부작 사부작 산행’이라고 명명(命名)했다. 혹시 산행에 게으름을 피울까봐 아예 페이스북에 산행의 증거를 남겨두기도 했다. 그렇게 산행을 이어온 지가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몸과 마음에 좋은 변화가 많이 있었다.

산행은 자연의 모든 요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고, 건강과 평안이 살아나는 시간이다. 에니 엠 폴(Annie M Paul)이 쓴 ‘익스텐드 마인드’라는 책을 보면 ‘인체는 수십만 년 이상을 바깥에 거주하면서 신록의 파릇파릇한 환경적 특성에 길들여졌다’면서 ‘우리가 고층건물과 고속도로에 둘러싸인 곳에 켐프를 차렸지만 이 서식지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특히 ‘자연 속에서 한 시간 반을 보낸 사람은 그들 삶의 부정적인 측면에 덜 몰두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자연이 사고(思考)의 확장에 긍정적이라는 점도 여러 번 강조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산행의 효과들이기도 하다.

사부작 사부작 산행을 통해서 얻은 가장 소중한 자산은 ‘정신적 여유’다. 매사 서둘렀던 빨리빨리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속도로 변했고, 시도 때도 없이 욱하는 버릇도 사그라졌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진 것도 소득이다. 부수적으로는, 벼락같은 깨달음도 여러 차례 있었고 믿지 못할 회복경험도 셀 수 없이 많다. 사부작 산행으로 얼마 전 지인과 함께 지리산에 다녀온 일은 아주 유쾌한 사건이다. 산행은 흐트러진 생각을 다듬어서 삶의 여정을 맑게 한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산행을 멈추지 않으려는 이유다. 바라기는, 낮은 산이라도 꾸준히 다니면서 좋은 경험들과 많이 만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