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年末)이다
벌써 연말(年末)이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12.27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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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올 한 해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365일을 풀어놓으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럼에도 돌아보니 이 날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세월의 빠름을 석화광음(石火光陰)이라고도 한다. 돌이 부딪칠 때 불이 한 번 번쩍하고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실감나는 말이다. 그런 세월이지만, 한 해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소회는 크다. 특히 퇴직 후의 1년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사실 조금 당황스럽게 시작한 한 해였다. 그래도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다. 게으른 시간표지만 그것에 맞추어서 한 해를 살았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기 싫어서 만든 계획표가 그나마 하루하루를 단단하게 붙들어 주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한 해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다. 굳이 생각을 모으지 않아도 일이나 관계를 따져보면 다 아쉬움들이 묻어있다. 그러나 아쉬움들에 붙잡히면 한 해의 정리가 개운하지 못하다. 이 시기에 굳이 아쉬움을 들추어서 생각을 흔들어 놓기보다는 감사한 일이나 행복했던 일을 떠올리며 가슴 뿌듯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기관이나 단체에서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에 가지는 성과보고회나 성과공유회도 같은 이치다. 잘 한 일들을 내세워서 그간의 수고와 노력을 자축하는 것인데, 지나치게 위선적인 것이 아니라면 바람직한 일이다. 개인들도 그런 시간을 따로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퇴직 후, 한 해를 살면서 잘한 일이 세 가지 있다. ①매일 1시간씩 걸어서 건강을 많이 회복한 일이다. 몸무게도 줄이고, 하루의 시작에 활기를 더했다. 이제는 정한 시간에 무조건 나가서 걷는 정도가 되었다. ②매주 1회씩 산에 가는 일도 잘한 일이다. 오래 전부터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올 해는 멀리 있는 산도 여러 곳 다녀왔다. 그 중에서도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온 일은 짜릿한 경험이다. ③월요일에 올리는 짧은 글을 한 번도 거르지 않은 것 또한 잘한 일이다. 정해진 분량에 맞추다보니 앞뒤가 맞지 않고, 여러 걸음을 건너뛴 글도 많았다. 그래도 월요일마다 ‘생각 나눔’을 실천해 낸 것은 흐뭇하다.

스스로 잘했다고 늘어놓고 보니 남사스럽기는 하다. 다른 사람들은 더한 일을 해내고도 조용한데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떠벌이느냐는 핀잔을 들을 만도 하지만, 나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고 지킨 것은 뿌듯한 한 해 정산(精算)이다.

내년부터는 서점에 가는 빈도를 높이고, 정기적인 학습구조를 만들거나 참여하려는 생각을 다듬고 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조금 늘리려고 한다.

올해는 ‘혼자’에 중점을 두었다면 내년에는 ‘함께’에 방점을 찍을 생각이다. 갑자기 일을 늘리기보다 차근차근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한 해 동안 잘 살아낸 나에게 자축의 의미로 그럴싸한 선물을 하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