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차ㆍ과잉대응에 막힌 전장연...13시간 대치 끝에 해산...전장연 "매일 아침 8시, 4호선에서만 투쟁한다"
무정차ㆍ과잉대응에 막힌 전장연...13시간 대치 끝에 해산...전장연 "매일 아침 8시, 4호선에서만 투쟁한다"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3.01.0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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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투쟁 이틀째, 서울교통공사는 여전히 탑승 거부
윤 대통령 집무실 가까운 4호선에서만 투쟁하기로
주말, 공휴일 제외한 매일 오전 8시 지하철 선전전 진행 선언
(서울=국제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254일차 지하철 선전전&1차 지하철 행동 해단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용우기자
(서울=국제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254일차 지하철 선전전&1차 지하철 행동 해단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용우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중앙지법의 강제조정안을 거부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과잉대응이 이어졌다.

3일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선 아침 8시30분께부터 6시간 동안 경찰 200여명과 휠체어 장애인 10여명 등 활동가 50여명이 대치했다. 오전 8시 경, 성신여대입구역에서 탑승한 활동가 20여 명은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하차 후 다시 승차하려고 했으나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경찰들이 탑승을 못하도록 승강장을 봉쇄한 것이다.

10시 30분 삼각지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어제(2일) 여기(삼각지역)에서 14시간 동안 갇혀있었다.”라며  “우리는 시민과 싸우려는 게 아니고 경찰, 서울교통공사 직원과도 싸우고 싶지 않다. 그냥 시민으로서 보통의 삶을 살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정확히 보도하라”라며 언론의 왜곡된 보도를 질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가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막아서 대치가 이어지다 11시경,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허용했으나 전장연 측은 공사와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며 탑승을 거부했다.

전장연은 “연착 없이 탑승했는데도 ‘전장연의 불법 시위 때문에 지하철이 연착되고 있다’고 거짓 안내 방송을 하고, 탑승 자체를 막아섰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오후 2시가 돼서야 전장연 활동가 80여 명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경석 대표는 “내 휠체어는 어제 폭력에 의해 프레임이 휘어 탈 수 없어 다른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팔이 꺾이는 등 폭력으로 인해 여러곳이 다쳤다. 서울시는 이런 식으로 불필요한 폭력 상황을 만들지 말라.”며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5분 이내 탑승이라는 사전에 합의된 약속을 파기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삼각지역이 해당하는 4호선 외에는 출근길 선전전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근할 권리를 위해 요구하며 지하철에 타는 것이 아니라,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에 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장애인에게 예산을 다 챙겨주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던 기획재정부가 진정으로 우리를 만나려고 한다면 선전전을 유보하겠다. 이에 응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한별

장애인권리예산, 0.8%만 반영...장애인콜택시, 활보, 탈시설 예산 증액분 ‘0’

전장연이 연초부터 시위에 나선 이유는 장애인권리예산이 0.8%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탈시설,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예산 등을 포함한 올해 장애인권리예산을 지난해보다 1조3044억원 늘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야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합의한 증액 예산은 전장연 요구안의 절반 수준인 6653억900만원. 전장연은 이것만이라도 통과시켜달라고 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부는 고용노동부 장애인 고용관리 지원 사업 106억8400만원만 반영했다.  이는 장애인권리예산의 0.8%(106억원)에 불과하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운영비 및 신규 도입 지원 사업, 활동지원 서비스, 탈시설 사업 등에 배정된 예산 증액분은 한 푼도 없다.

그러자 전장연은 2일부터 지하철 선전전을 재개했고,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거부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파업을 제압한 후 여권의 지지율이 오르는 등 재미를 보자 이태원 참사 대응으로 수세에 몰린 오세훈 시장이 강공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장연은 올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260일을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추후 시위 장소는 오전 8시 전장연 SNS를 통해 공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