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有能)함이 길을 잃는 이유
유능(有能)함이 길을 잃는 이유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1.17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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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유능한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 일을 만드는 단계부터 일을 진행하는 과정 그리고 일을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깔끔하고 시원하게 처리한다.

그들의 유능함은 타고 난 것일 수도 있겠고, 치열한 학습으로 일구어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부러운 능력이다. 감사한 것은, 대부분의 유능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역할들을 잡음 없이 수행해 낸다. 그들 때문에 오늘의 한국이 있고, 내일도 희망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유능함이 독으로 변하는 경우가 잦다. 유능함에 취해서 건방을 떨게 되면 자신에게는 독이 담긴 잔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묻은 화살촉이 된다.

누구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한 때 마법 같은 프리킥으로 한국의 축구계를 흔들던 축구선수가 있었다. 그가 속한 팀이 골문 언저리에서 얻은 프리킥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신기할 정도로 휘어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의 프리킥은 아직도 간혹 회자된다. 하지만 그의 축구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또 한 해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입시학원 강사가 있었다. 그의 강의는 간결하고 명료해서 수강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당연히 막대한 재산을 단기간에 축적했다. 하지만 현재 그 강사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 있다. 성찰과 겸손이 빠진 유능함이 초래한 일들이다.

정치인과 검사 그리고 기자와 교수도 유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고난도의 선발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지위에 올랐다. 유능하지 않으면 차지할 수 없는 자리들이다. 그런데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유능함을 자신들만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쏟아 붓는 경우를 본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나 공동선의 구현은 안중에도 없다. 특히 권력이 바뀔 때마다 나대는 그들의 행태를 보면 슬프기까지 하다. 요즘 벌어지는 일련의 사회현상들은 국민들을 좌절하게 한다. 그들의 유능함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격을 퇴락시키는 일에 사용되고 있어서다. 유능함이 독화살이 된 것이다.

유능함이 길을 잃고 천박해지는 이유는 성찰과 겸손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성찰과 겸손이 빠진 유능함은 양심과도 결별한다. 양심의 문을 닫아버린 유능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길가에 패대기친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남용해서 특정인에 대한 사회적 테러를 집요하게 가하면서도 떳떳하다고 우긴다. 그 때마다 유능한 능력으로 교활한 논리를 만든다. 그리고는 낯 두꺼운 얼굴로 뭇사람을 현혹한다. 자신도 망하는 일이고, 세상도 병들게 하는 일이다.

유능한 사람들은 자신의 유능함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래야 내일이 불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