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유엔에 장애인거주시설 정책 ‘직권조사’ 신청
장애계, 유엔에 장애인거주시설 정책 ‘직권조사’ 신청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3.01.1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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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CRPD 위반”…선택의정서 발효 후 첫 직권조사 신청
한국장애포럼 등 13개 단체,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심의 청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한국장애포럼·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정의당 장혜영‧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민정‧최혜영 의원과 함께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위반한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를 유엔에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선택의정서는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됐다. 이 선택의정서는 지난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부속문서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이 협약을 위반한 경우 개인 진정과 직권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지난 14일부터 발효됐다.

이 직권조사는 국내 권리 구제 절차 없이 국내법을 뛰어넘는 권고가 가능하고, 피해 당사자가 아닌 관련 단체도 직권조사 청구가 가능하다. 직권조사 신청이 이뤄지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협약 위반 사실에 대해 조사 후 당사국에 권고안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장애계는 한국의 장애인 시설 정책에 대해 직권조사를 청구하고, 정부가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국제뉴스)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장애인 단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UN 장애인권리협약 직권 조사 신청'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용우기자
(서울=국제뉴스)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장애인 단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UN 장애인권리협약 직권 조사 신청'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용우기자

지난 2020년 실시된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 결과 한 방에 거주하는 평균 인원은 4.7명(100인 이상 시설은 6.7명), 입소 기간은 18.9년에 달한다. 야간에는 직원 1명이 평균 13∼15명의 입소자를 지원한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한국 정부의 1‧2‧3차 국가보고서에 대해 유엔이 가장 많이 코멘트한 의제가 바로 탈시설.”이라며 “한국의 거주시설 정책은 장애인의 자유를 박탈한 명백한 기본권 침해이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 분명하기 때문에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한국 정부 직권조사 첫 번째 의제는 탈시설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시절에 탈시설 문제를 집중 제기한 적이 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탈시설 권리를 인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이권의 문제로 보면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에 안타까웠다.”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탈시설 당사자인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유다 활동가는 “7년간 시설에서 살다 자립생활주택으로 가게되며 현재는 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자립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소개한 뒤 “자립 후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축구, 종교활동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며 “모든 장애인이 자립의 꿈을 이루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장애인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탈시설지원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달장애인 부모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수정 서울지부장은 “우리 사회는 장애인 지원을 오롯이 가족에게 전가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부모들이 원한다는 이유를 거주시설 유지 핑계로 삼지 말아 달라. 최중증장애인, 도전행동 장애인이 어떻게 지역에서 거주하겠냐고 묻는데, 거꾸로 시설에서는 어떻게 담보하냐. 약물 이외 어떤 방법이 있는지 묻고싶다”면서 “부끄럽고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