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도 잘 다듬어야 한다
말(言)도 잘 다듬어야 한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1.2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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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말이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단순히 말의 총량이 많은 시대라기보다는 말의 내용이 거칠고 상대방의 감정을 해치는 말들이 많은 시대라는 의미다.

좋은 말들만 하고 살아도 모자랄 시간에 험한 말을 거리낌 없이 내지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흔히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말도 실은 그 사람의 삶이 담긴 것이고, 그 사람의 품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행사장에 가면 내빈들의 인사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짧은 인사말만으로도 행사장에 있는 사람들을 푸근하게 하는 경우가 있고, 장황한 인사말에도 짜증만 돋우는 경우도 있다. 말을 잘 다루어야 할 이유들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 한마디가 가지는 힘을 그리 표현한 것이다.

선생님의 한마디로 삶의 방향을 바꾼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청소년시기를 허름하게 보내던 지인은 ‘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나는 너를 믿는다.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계기가 되어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지인은 선생님의 말씀이 아니었더라면 다른 사람의 짐이 되는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교장 선생님으로 은퇴했다.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꾼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는 말을 해야 할 까닭이다.

대전의 시장을 지낸 분 중에 말을 잘 다듬어서 했던 분이 있다. 그 분은 대학의 교수를 지낸 분이면서도 관선과 민선을 합쳐 여러 번 대전시정을 책임진 분이다. 그 분에 대한 평가야 사람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적어도 그 분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의 실수가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 분은 때와 장소에 적합한 대화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작은 행사에 와서도 정성스럽게 준비한 말로 듣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했다.

그 분의 말솜씨는 엄청난 독서량에서 비롯되었다. 다른 직원보다 일찍 출근해서 즐겨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 증거다.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고,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는 글을 보았다.

대통령의 잇단 실언으로 외교부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해명도 하고 설득도 하고 있지만, 상대방의 상한 마음을 달래는데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다. 칼에 베인 상처보다 말에 베인 상처의 봉합과 수습이 훨씬 어려운 법이다. 천 냥 빚을 말 한마디로 갚을 수 있다는 말도 반대로 읽어보면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으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누구든 말은 조심해야 한다. 특히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정제되지 않은 말이 불쑥 튀어나오지 않도록 자신의 내면부터 차분하고 바르게 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