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게 돌아다니는 ‘자유’
값싸게 돌아다니는 ‘자유’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2.0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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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어느 조직이건 규범이 있다. 대표자를 포함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규범 안에서 행동해야 불편이 없다. 설령 규범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행동의 내용과 범위는 신의와 성실의 기반 위에 서야 한다.

마음대로 행동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 생기면 그 조직은 안으로부터 무너진다. 간혹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일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을 본다. 자신의 책임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조직이나 모임의 대표자라면 그 모임이나 조직은 폭망을 피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힘을 제멋대로 사용하면 불행의 늪만 깊어진다.

요즘 ‘자유’라는 말이 너무 값싸게 나돌아다닌다.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용어이면서 동시에 인간이기 때문에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담고 있다.

자유는 법률용어이면서 사회적인 용어이기도 하다. 자유는 법률체계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흔하게 사용된다. 그러다보니 자유라는 말이 숭고한 면도 있지만, 시장바닥의 종이쪼가리만도 못한 경우도 있다. 값싼 자유를 한껏 누리면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던 일이 더러 있었다. 대통령을 지낸 이가 그랬고, 큰 회사의 사장이었던 사람도 그랬다. 그들은 나중에 자유를 오해한 대가로 큰 수모를 당했다.

특이한 생각을 가진 법인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직원들을 수시로 갈아 치웠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가라’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질러댔다. 고용관련 법률은 그에게 아무런 제약이 되지 못했다.

그와 만났을 때, 그의 입에서는 뜻밖에도 ‘자유’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우수한 복지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라고도 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신기한 일은, 일부 직원들이 그 대표를 열정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이다. 내력까지 자세하게 알 수는 없었으나 기이했다. 이 기관은 직원들이 둘로 짝 갈라져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평온하다. 조용한 개판인 셈이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정부 고위층 인사의 엇나간 행태를 옹호하기 위해서 정부의 모든 기구들이 몽땅 동원된 느낌이다. 힘 좀 쓴다는 기관들이 더 호들갑을 떨면서 고유한 업무수행의 일환이라고 강변하지만, 뒷맛은 떫다. 유력한 정치인들도 정신 나간 말들로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몇 년간 보지 못했던 난감하고 슬픈 풍경이다.

이런 추태를 보다 못한 언론들이 자제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수구언론들마저 이들의 방자함을 맹폭했다. 그와 가까운 인물들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펄쩍 뛰지만, 한 사람의 몽매한 언동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모르면 배우기라도 해야 되는데, 앞일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