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은 「정쟁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존엄한 권리」임을 명심하고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탈시설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탈시설은 「정쟁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존엄한 권리」임을 명심하고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탈시설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3.02.1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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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탈시설’ 지원 일변도 정책을 폐기하고‘탈시설’과‘거주시설’이 양립하는 방향으로 장애인 정책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시설 폐쇄·축소를 유도하는 지금의 탈시설 정책은 오히려 시설을 이용하려는 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서울시 입장은 아이러니하게도 탈시설을 반대하는 진영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서울사회복지법인협회는 2022년 12월 9일 토론회에서, 지금의 탈시설 일변도 정책은 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2008년에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도 다른 맥락으로 해석했다.‘특정한 거주 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라는 협약 제19조에 근거해 장애인이 시설이라는 주거 형태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사회복지법인협회의 논리가 이토록 비슷한 것은 과연 우연일까? 그렇다면 이들이 논거로 든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를 살펴보자.

제19조 자립적으로 생활하기와 사회통합

본 협약의 당사국은 모든 장애인이 다른 이들과 동등한 선택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며, 장애인들이 이러한 권리를 완전히 향유하고 지역사회 통합 및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이것은 다음의 사항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다:

(a)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 선택의 자유,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가지며 특정한 거주 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

(b) 장애인의 생활 및 지역사회 통합을 지원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 또는 격리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개별지원을포함하여장애인은각종가정내지원서비스, 주거지원서비스그리고지역사회의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있어야 한다;

(c) 일반인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 및 시설은 장애인에게도 동등한 조건으로 이용 가능해야 하며 장애인의 욕구에 부합되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단순히 주거 형태 선택권만을 말하지 않는다. 이 조항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전제로, 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를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지역사회는 이에 필요한 모든 지원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와 탈시설을 반대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논거로 삼은 유엔장애인 권리협약 제19조처럼, 지금의 우리나라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를 전제로 하여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가? 그리고 서울시가 발표한 이번 거주시설 병행정책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 (b)항과 (c)항에 부합하는가?

(사)한국장애인연맹(DPI KOREA)은 서울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근거하여 서울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를 전제로, 자신이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과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구축하길 바란다. 이것이 서울시가 그렇게도 강조한‘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하는 길이다..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와 같이 국제적 기준과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운 현실적인 의제인 만큼, 지금의 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의 대립적인 관계 속에서 논의의 여지를 남길 사안은 아니다. 또한 정쟁 대상이나 구호가 아닌 점진적인 기능 보완과 전환 및 실질적 지원체계를 30~40년 구축해 온 서구 사례를 모니터링 함으 로써 시설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마련과 지역사회로부터 소외 또는 격리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개별지원 방법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지금의 장애인당사자 선택권이나 욕구조차 표출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환경의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당사자의 선택·결정권이 보장되는‘장애인의 주거 선택권’ 보장을 재차 강조하는 바이다.

2023년 2월 09일 (사)한국장애인연맹(DPI KOREA)

 

* 본 성명서/논평은 웰페어이슈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모든 책임은 성명서/논평을 작성한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