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닮아간다
욕하면서 닮아간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2.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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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어물전(魚物廛)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이 있다. ‘과일 망신은 모과가 다 한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두 속담의 쓰임새는 대강 알고 있지만, 유래가 궁금했다. 볼품없게 생긴 모과가 다른 과일까지 망신시킨다는 것이야 쉽게 이해하겠으나 어물전 망신을 왜 꼴뚜기가 시킨다는 것인지가 특히 궁금했다.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니 꼴뚜기가 작고 못생겨서 그렇다는 해석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꼴뚜기가 쉽게 상하는 어물이라서 그런 속담이 생겼다는 해석도 있었다. 또 자신의 분수를 망각한 채 엉뚱한 일에 끼어 들었다가 주변사람까지 도매금으로 망신시키는 진상들을 지칭한다고도 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게 한다’는 말도 있다. 쓰임새가 비슷한 말이긴 한데, 뉘앙스는 조금 다르다.

이 말은 못난 사람 하나가 주변사람들에게도 덤터기를 씌우는 정도를 넘어서 그가 속한 공간과 상황 자체를 엉망진창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민폐의 정도로만 보면, 어물전 꼴뚜기보다 웅덩이 전체를 흐리는 미꾸라지가 훨씬 더 고약하다. 주변의 몇 사람을 못난이로 만드는 어물전 꼴뚜기는 걷어치우면 그만인데, 웅덩이 자체를 막장으로 만드는 미꾸라지는 들어내더라도 폐해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미꾸라지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뒤틀어 놓은 판을 수습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고 있노라면, 곳곳에 꼴뚜기도 많고 미꾸라지도 많은 것을 실감한다.

정치판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모아보면 더욱 그렇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국민들의 자긍심을 올려 세우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들도 선거과정에서는 그런 다짐을 수도 없이 외쳐댔다. 그런데 그들의 꼬락서니는 비슷한 용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루하다. 그들의 눈에는 온통 자기정파의 이익만 보일 뿐이다. 국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운명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물전의 망신을 주도하고 웅덩이를 통째로 흐리면서도 부스스한 얼굴을 꼿꼿하게 들고 다닌다.

그런데 욕하면서 닮아간다고 했던가. 정치판의 못된 행태에 갖은 비난과 독설을 쏟아내는 우리도 어느새 이 비극적인 양상의 한복판으로 깊숙하게 들어선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당사자들은 맹세코 그렇지 않다면서 손사래를 치지만 어물전의 꼴뚜기들과 웅덩이 전체를 어지럽히는 미꾸라지들의 난동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종교계의 편향과 교육계의 아집, 의료계의 독선 등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대표적이다. 다른 사회직능단체의 형편도 오십보백보인 경우가 많다.

그럴듯한 논리로 위장한다고 해서 꼴값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늘, 우리들은 어떤지 찬찬히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