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서점(書店)’에 가는 이유
굳이 ‘서점(書店)’에 가는 이유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3.0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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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일주일에 한 번은 서점에 간다. 작년까지는 2주에 한 번 꼴로 다녔는데, 올해부터는 매주 화요일 오후3시가 되면 반드시 서점에 가고 있다. 서점에 가면 미리 주문해 놓은 책이나 눈에 띄는 책을 사서 돌아온다. 가끔은 서점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차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읽기도 한다. 서점에서 책을 들고 돌아오는 길은 걸음도 가볍다. 읽고 싶었던 책과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과 함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우선 행복하다. 사실, 책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상 필요한 책이나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법학과 상담학 분야의 책들을 구입해서 꾸준히 읽기는 했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다. 책을 고르는 편리함과 10% 정도의 가격할인 때문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필요한 책들을 선택하고 몇 번의 클릭만 하면 며칠 후엔 관장실로 책이 배달되었다. 책을 만나는 과정이 건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책이 도착한 날은 괜스레 마음이 들떴던 기억이 있다. 서문과 목차만 보아도 머리와 가슴 속에 뭔가 담기는 것 같은 느낌도 좋았다. 그런데 퇴직한 이후로는 할인이 되지 않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서점에 가서 책을 만나기로 마음을 바꿨다. 결정적인 이유는 젊은 시절에 서점을 들락거리면서 보았던 새로운 세상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요즘은 늦바람이라도 난 것처럼 화요일을 기다린다. 다양한 표정의 책들이 늘어서 있는 서점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서점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이 있고, 깨달음과 위로가 있다. ‘세계서점기행’을 쓴 김언호 선생님은 책의 서문에서 ‘삶을 살다가 어떤 의문에 봉착했을 때 찾아갈 곳이 서점이다. 무언가 고적(孤寂)할 때 찾아가서 그 고적을 치유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서점이다’면서 ‘서점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다’고 했다. 한평생 출판운동과 독서운동에 헌신하신 선생님의 글에는 서점의 평안한 품과 그윽한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포근함과 향기를 찾아 서점에 간다.

내가 애정하는 서점은 대전의 ‘계룡문고’다. 중대형서점의 역사적 맥을 이은 서점이기도 하지만, 서점을 경영하는 이동선 대표의 철학과 열정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을 숨넘어갈 정도로 사랑한다. 독서가 그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어서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그림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진행하고, 아이들이 서점을 견학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어려운 여건인데도 고품격의 강좌를 열어 별난 꿈을 공유한다. 지역의 독서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세계서점기행에 나올만한 열정이다. 그 열정을 응원하려고 화요일이면 서점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