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전문가 맞아?
사회복지사, 전문가 맞아?
  • 송장희 (스마트커뮤니티센터 총괄 팀장)
  • 승인 2019.07.2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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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슬픈 자화상 ①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속으로는 ‘그런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복지사인 나 스스로는 전문가라고 다짐하며 살고 있지만 막상 설문지나 인터넷 회원가입을 할 때 직업을 묻는 질문에서 전문직에 체크해야 할지 서비스업에 체크해야 할지 아니면 기타(사회복지사)로 써야할지 망설일 때가 많다. 더군다나 나는 삼수에 걸쳐서 그 어렵다는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10년이 훌쩍 넘도록 사회복지사로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스스로 전문가라는 확신이 들지 않아 슬픈 자괴감이 든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라는 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기준에 의해 쓰이고 있다. 
보통은 해당분야에서 많은 지식을 쌓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대부분 학계의 박사나 교수, 연구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굳이 학계가 아니더라도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쌓아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도 전문가라고 말한다. 기능장, 기술사, 장인 등이 있다. 또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진 것도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일명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회복지사도 대학에서 사회복지분야의 전문지식을 쌓아야 하고, 일부는 국가고시를 통해 상급자격을 부여하기도 하니 전문가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 스스로 전문가로 불리는 것이 아직은 어딘가 많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전문가의 조건

사회복지사가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정도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첫 번째는 전문가에 걸맞은 자격에 관한 단행법률("○○사법" 및 이와 유사한 제명의 법률들)의 존재다. 우리가 전문가로 알고 있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은 1950년대부터 이미 단행법률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사회복지사도 의사와 변호사들처럼 자격을 규율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 2012년부터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법률상에 대상이 ‘사회복지사 등’으로 표기되어 사회복지사의 전문가 위상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법조항에 ‘~노력한다’,‘~할 수 있다’ 등의 모호한 표현들이 많아서 강제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제정되기까지 많이 늦은 감이 있긴 했지만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로서 법적인 위상을 인정받는 초석을 마련했다는데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전문가의 희소성이다. 희소성이 높으면 전문가의 가치와 위상도 그만큼 함께 높아지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른바 전문가 자격증에 대한 연간 발급 건수를 보면, 의사는 약 3,300여 건, 변호사는 1,600여 건, 공인회계사는 1,000여 건, 세무사 700여 건, 변리사 200여 건 등으로 명색의 전문가답게 자격증 따기가 정말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이에 반해 작년 한 해 사회복지사(2급)의 자격증 발급 건수는 80만 건에 육박한다. 같은 해 운전면허 발급 건수 100만 건과 비교해보면 사회복지사 자격증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대충 짐작이 간다. 이제 곧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운전면허처럼 어느 집 장롱 안에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국민자격증 시대가 머지않을 것만 같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는 매년 수십만 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사회복지사가 일할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렇듯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난무하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노동시장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동안 전문가로서 사회복지사의 가치와 위상도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

세 번째는 전문가에 대한 사회통념상 인식이다. 
우리사회에서 전문가는 속칭 ‘자타공인 전문가’와 ‘자칭 전문가’ 두 분류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자타공인 전문가라고 하면 변호사, 의사, 세무사 등 일명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일컫는다. 이러한 전문가 직업군은 희소성이 있고 고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상품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사회적인 대우가 남다르다. 

반면 사회복지사는 스스로만 전문가라고 외치는 자칭 전문가다. 전문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처우는 낮고 사회적 인식은 자원봉사자정도로 인식되어 어딜 가서 전문가라고 명함도 함부로 못 내미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때만이 비로소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 흔한 운전면허도 옆에 탄 사람이 인정해 주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회복지사가 사회적으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고질적인 자격제도부터 개선해야 하고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도 사회통념상 전문가 수준으로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전문가가 되는 길은 사회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전문가의 자질이 아닐까 싶다. 전문가라면 마땅히 고도화된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체계화된 업무수행과정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전문가만이 누릴 수 있는 업무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스스로 높은 도덕성을 갖추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할 자격요건 중에 하나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사회복지사 자신들과 정책을 결정하는 하는 그 분들께서 사회복지사의 전문가 타이틀을 위해 과연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한다.

 “우리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인데......”

사회복지사들끼리 모여 가끔 신세를 한탄하며 주고받는 슬픈 자화상이다. 사회복지사가 이토록 전문가로서 확신이 안 드는 것은 혼자서는 넘을 수 없는 사회적인 벽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복지를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단체들이 알음알음으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노력을 행동으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고착화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전문가의 사회적 인식은 법과 제도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이 사회복지사를 전문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행동(action)보다는 운동(movement)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운동은 누가 시작하느냐? 그것은 바로 사회복지사인 나 자신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