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4.02.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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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성글게 읽은 터여서, 삼국지에 정통한 분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기막힌 지혜를 새롭게 만나는 일이 많다. 오늘 글의 제목도 삼국지에 나오는 한 장면을 압축한 성어(成語)다.

촉한의 황제 유비가 죽은 후에 유비의 뜻을 이어받은 제갈량은 끊임없이 북벌을 도모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중하기 이를 데 없는 사마의 때문에 자주 계획이 어그러졌다. 마지막으로 제갈량은 사마의의 군대를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트려서 불태워버리려는 계략을 세우고, 사마의를 협곡에 끌어들이긴 했는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되었다.

이 상황을 지켜본 제갈량의 입에서 나온 한탄이 오늘 글의 제목이다.

모사재인 성사재천,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완성시키는 것은 하늘이다’는 뜻이다. 실제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많다.

누가 보아도 저 정도의 노력이면 뜻을 이루고도 남을 것 같은데, 마지막 순간에 뜻하지 않은 변수를 만나면서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의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다반사다.

또 온 백성의 치열한 소망이 담겨있는 일이 막판에 등장한 생뚱맞은 인물이나 상황 때문에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저런 선거들이 그렇다. 땅을 치고 통탄해봐야 돌이킬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이밖에도 널렸다.

성경에도 비슷한 말씀이 있다. 잠언 16장1절부터 3절을 보면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오느니라. 사람의 행위가 자기 보기에는 모두 깨끗하여도 여호와는 심령을 감찰하시느니라.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말씀이 있다.

그리고 33절을 보면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는 구절도 있다. 사람의 준비가 아무리 정교해도 그 일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말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늘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살다가 곤경에 처한 상황을 빗댄 가르침이다.

그렇다고 노력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노력을 게을리하면 될 일도 안 된다. 사람은 부족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발자국마다 성실과 신뢰를 심어야 한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말도 있다. ‘지극한 정성으로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감동하여 뜻을 이룬다’는 의미다. 사람의 한계를 너무 크게 보고 가능성을 낮게 잡으면 항상 끌려가는 삶을 살게 된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 가능성이 요행에 바탕을 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에 개인의 성실의무가 담겨 있다. 하늘에 맡길 일은 맡기되, 오늘은 최선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