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복지는 '이야기 듣기'서부터
지역사회복지는 '이야기 듣기'서부터
  • 김소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29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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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사무실. 주민 한분이 할 얘기가 있다고 찾아오셨습니다.

상담실로 모시고 가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기 시작하는 주민의 이야기를 한동안 말없이 듣기만 했습니다.  

이분의 젊은시절 이야기를 반복할 무렵, 조용히 여쭤봤습니다.

“어머님.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요.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으로도 괜찮으신건가요? “

그분은 한 동안 말이 없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나즈막히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찾아와주는 이가 없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 

이 짧은 순간, 같은 공간에서 저와 주민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저분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나 묻고 해결방법을 찾을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신 분께서는 서비스를 필요로 해서 온게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후로도 꽤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거나 외로우실 때 오시면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하고, 그날의 만남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현장에 있다보면 종종 이런 경험을 합니다.

사회복지사의 생각과 다른 욕구를 표현하는 주민, 스스로가 욕구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분… 다양한 경우와 상황에 맞닥뜨리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사회복지사로서의 내 생각은 내려놓고 주민에게 한발자국 다가가 물어봅니다.
“제가 생각한 것이 맞나요?”, “원하는 게 이건가요.” “어떤 것을 원하세요.”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가운데 관점을 맞추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분의 생각을 알아가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것을 체크하고 맞춰나갑니다.
이 교류 과정에서 형성한 라포는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미세한 차이들을 맞춰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욕구를 기반으로 한 사회사업의 실천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사회복지의 시작은 주민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상대방의 생각을 확인하고,  이야기하며, 그 말 속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