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서비스, 사회서비스원이 공급자 돼선 안된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사회서비스원이 공급자 돼선 안된다
  • 승근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0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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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서비스 시군구 역할, 공급자가 아닌 관리자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전달체계, 사회복지시설 전달체계와 달라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될 무렵, 제도 도입과 관련된 산재한 이슈들 중에서도 ‘어느 집단이 제도의 관리운영기관이 될 것인가?’가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시군구, 지역사회복지관, 제3의 기관 설립 등 제도의 운영기관으로써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관리운영기관이 된 것은 사회보험제도의 경험, 비용과 인력의 효율성, 그리고 공신력 등 여러 조건들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공단이 보험자이면서 관리운영기관이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권력집중에 의한 부작용이 우려되었다. 또한 시군구의 역할에 있어서 노인의 ‘복지에 대한 책임’은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고,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한 사회복지시설인 노인요양원에 대한 기초자치단체장의 법적 지위도 고려되어야 했다.

이로 인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이하 제도)은 사회보험이나 보조금 지원 시설과는 다른 전달체계를 갖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권력의 이원화(二元化)가 목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공단은 보험자이며 관리운영기관의 역할을 부여받아, 급여에 관한 관리 및 평가사무를 맡고, 시군구는 시설의 설립과 지도감독권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서비스공급자인 노인장기요양기관을 둠으로써 노인의 장기요양을 책임지는 사회보험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가입자인 일반국민과 기초생활수급권자를 중심으로 서비스의 이용과 본인부담금의 청구와 지급사무 등이 공단과 시군구, 그리고 서비스공급자라는 3개의 집단에게 권력과 역할이 분산되었고, 이 원칙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혼돈하지 말아야 될 것은 공단은 급여의 관리운영기관이고 시군구는 시설의 관리감독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이 제도는 양적, 질적 성장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양적성장으로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이용자의 주를 이루었던 소수의 노인의료복지시설과 재가복지시설은 노인장기요양기관으로 변모하여 2008년 5,576개소에서 2016년 30,314개소로 증가하였고, 이용하는 대상자의 수도 2008년 14.7만 명에서 2016년 51.9만 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문제는 질적 성장에 관한 부분이다.

노인장기요양기관은 6배 이상으로 증가하였지만 이를 지도․감독하여야 할 시군구의 담당자의 수는 증가하지 않았다. 2008년 당시 시군구의 노인복지시설 담당자는 1명 정도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살펴보아도 6배 증가한 노인장기요양기관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연일 뉴스보도에서 터지는 노인장기요양기관의 비리와 종사자의 처우문제는 제도의 설계상, 시군구에서 관리되어야 하지만 부족한 공무원의 수로 인해 쏟아지는 민원과 행정업무 처리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남구에 설치된 노인장기요양기관은 183개소이며 이를 지도․감독할 서울시 강남구청의 노인복지과 담당자는 2명(실제 담당자는 1명)이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제도의 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여야 하는 시군구에게 지도∙감독할 수 있는 인력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질 관리는 언제나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단이나 복지부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보건복지부의 제2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보자면, 사회서비스원 등이 지역 내 통합재가급여를 제공하는 공공거점 재가기관으로서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이나, 공립 장기요양기관을 공공성이 높은 기관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신규 위탁체 선정 시, 사회서비스원에 우선 위탁하는 방안이 피력되어 있다. 2022년까지 공립요양시설 160개소(70인 규모), 공립 주야간보호 184개소(40인 규모), 여러 재가서비스기관을 설치하고 이를 사회서비스원에 위탁하겠다는 의미이다.

원점으로 들어가 보자. 시군구의 역할은 설립신고와 지도감독이다. 제도에서 주어진 시군구의 역할은 장기요양 서비스의 공급자가 아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한 전달체계를 보자면, ‘시군구가 시설을 설치하거나 또는 민간에게 위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전달체계는 민간이 설치하고자 하는 장기요양기관을 시군구가 판단하여 진입을 결정하고, 진입한 기관에 대해 지도와 감독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직접 설치하여 서비스공급자가 되라는 의미가 아니며, 원칙적으로 서비스 공급자의 역할은 민간으로 설계된 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가 시작되기 전부터 민간과 사회복지법인에게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진입을 유도한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의 3항을 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인구 및 지역특성 등을 고려하여 장기요양급여가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의 장기요양기관을 확충하고 장기요양기관의 설립을 지원하여야 한다.’ 로 되어 있다. 즉, 시군구의 역할은 공급이 적정하지 않을 때 기관을 확충하여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과 민간의 설립 및 수요와 공급을 통제하는 것이지, 지도∙감독하여야 할 시군구가 서비스의 공급자의 역할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행 공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은 장기요양기관의 모델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운영되는 곳이다. 또한 시립, 구립 요양원들도 시군구의 노인복지역할을 다하기 위해 설치∙운영되는 곳이다. 지금도 서울의 경우는 노인요양원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시군구가 추가적으로 노인요양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공립이 더 필요하다면 공립을 더 설립하고 지금처럼 사회복지법인에게 위탁을 주면 되는 것이다. 지금도 노인장기요양기관의 공립비율 데이타에는 민간인 사회복지법인이 위탁운영하는 시설도 포함되고 있음을 주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급 조정이 목적이 아닌, 종사자의 처우개선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서비스원을 만들고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요양시장과 전달체계를 왜곡하는 행위이다.

지금도 시군구에는 노인장기요양기관을 지도․감독하여야 할 인력이 태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의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회서비스원을 만들어 공급자가 되겠다는 것은 시군구의 역할을 방기(放棄)하는 것이다. 또한, 시군구가 설치한 기관을 시군구가 승인해주고, 시군구가 스스로 지도감독하고, 스스로에게 행정명령을 하겠다는 것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전달체계 본질을 간과한 정책결정이다. 이는 제도의 이원화 원칙에서도 벗어나는 것인데, 지도감독권을 가진 시군구가 공급자가 된다는 것은 권력이 집중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시장(市場)을 만들지 않았어야 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한 사회복지시설들처럼 그러한 전달체계로 운영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10년 사이에 이렇게 만들어진 제도의 본질적 문제를 민간과 사회복지법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시군구가 본연의 역할보다는 노인장기요양기관의 공급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기존 서비스공급자에 대한 모욕적 행위이다. 설립을 지원할 인력이 부족하여 발생한 장기요양기관의 무분별한 난입, 지도∙감독할 인력이 부족하여 실질적인 지도감독을 하지 못해 발생한 노인장기요양기관의 부정의 책임을 서비스공급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단 역시도 저수가 정책기조에 의해 장기요양기관의 사업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하다보니 저임금과 임금착취로 양질의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공급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럼으로 시군구의 서비스 공급자 역할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하는 제2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 피력된 사회서비스원과 관련된 내용은 공단 및 시군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이 제도는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간 동안 발생된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표면상의 문제만을 부각시키는 것, 제도의 원 취지인 이원화를 무시하고, 새로운 권력으로 재편하려고 하는 것은 기존의 서비스 공급자의 공헌과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원도 분명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원이 영위하고자 하는 사업 안에 노인의 장기요양서비스를 넣고자 하는 것은 고려되어야 한다. 제도의 전달체계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고, 민간과 중복되어 충돌, 경쟁할 수밖에 없으며 민과 공공간의 시장 균형을 잃게 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시군구는 노인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하고, 기존과 같이 선량한 사업자에게 위탁하여야 할 것이며, 시군구가 서비스 공급자가 되는 것을 지양하여야 한다. 그 대신에 본연의 역할인 설립과 지도․감독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하고 실질적인 관리감독으로써의 책무를 다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