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과 권력,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에 주어진다
권한과 권력,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에 주어진다
  • 승근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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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권력, 사회문제 얼마나 자신 집단의 것으로 가져오고 해결하는냐에 달려 있어
요양보호사 전문성도 스스로 강화해야

2013년 ‘서울시 요양보호사 노동실태와 개선방안’에 의하면 재가 요양보호사의 31.1%, 시설 요양보호사의 51.5%가 의료행위를 한다고 답했다.

요양보호사 노동조합은 노인장기요양급여제공시 의료행위를 요구하는 운영자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 역시도 이러한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데 설문조사에 다룬 의료행위라는 것이 매우 모호하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의료행위"라는 것이 보건과 의료개념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법령상 구체적으로 정의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법 제12조 제1항은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라고만 광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럼으로 어디까지가 의료행위이고 아닌지에 대한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언제나 논란거리이다. 

장기요양급여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 의료행위라 볼 수 있는 행위는 다음과 같다.
욕창간호, 관장, 석션, 드레싱, 인슐리주사, 투약, 호흡과 맥박, 체온체크 등이다. 여기에서 욕창간호부터 드레싱까지는 누가보아도 의료인에 의해 행하여져 할 의료행위인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슐리 주사에서부터 체온체크까지는 의료인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원가정에서 가족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슐린주사, 투약, 바이탈 사인 체크는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것을 위법한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다. 원가정에서 하면 합법이고 장기요양기관에서 하면 불법으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모순적이다.

장기요양기관은 의료법에 의한 병의원이 아니라 사회복지사업법 및 노인복지법에 의한 사회복지시설이자 노인생활시설 중, 노인의료복지시설이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이란 개념은 의료적 처치만이 아닌 보호와 삶도 함께 영위하는 곳이다.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채 의료법으로 강제하여 범법자로 만들어 버리는 제도는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의료법에도 이러한 행위가 의료행위라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인장기요양보험에도 전혀 기술되어 있지 않다. 다만 보건복지부의 요양보호사 표준교재에만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만 되어 있다. 의료행위라고 적시된 것이 아니라 요양보호사는 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 요양보호사가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법상 의료인과 요양보호사의 적정인원이 배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요인이 크다. 또한 앞서 제시한 바대로 원가정에서 가족들이 행위하는 것처럼 요양보호사라는 전문직도 충분히 가능하기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양보호사 양성과 재교육시에 이러한 행위들을 교육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료인이 행위하는 것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그것이 의료행위이니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법의 해석일 수 있다. 

일본이 지난 2012년 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이 아닌 개호복지사(요양보호사)가 석션과 경관 영양식 공급 등 일부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이는 앞서 밝혀 듯이 의료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이 요양보호사 표준교재에 요양보호사가 가능한 업무의 법위를 확대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풀릴 일이다. 

그러함에도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의료행위에 대한 논란이 풀리지 않는 것은 의료집단과 요양보호사 집단 간의 이해충돌이다. 만약 그 행위가 요양보호사 집단에게 허용되면 의료집단의 권한이 축소된다. 자연스럽게 의료인력의 충원 논의보다는 요양보호사의 충원이 더 필요해진다. 현행 수가체계는 각 직종의 업무범위와 시간 등을 고려하여 수가가 정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수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업무범위가 확장되면 수가인상은 간호인력이 수행했을 때마다 수직 상승할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현실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의료법을 확대해석해서 의료인력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요양보호사집단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 요양보호사들의 인력충원에 대한 주장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렇게 업무범위가 확장되면 고용과 처우 수준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하는 일이 많아지면 고된 것이 아니라 권한이 확장된다. 물론 책임도 주어지지만 그만큼 사회로부터 역할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전문성이 강화되고 조직과 제도의 중추적 역할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을 주지하여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처우가 개선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에게 권한이 주어진다.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장기요양기관에게 사회로부터 주어진 사회의 문제는 노인의 장기요양이다. 노인의 장기요양을 위해서는 일상케어 뿐만 아니라 건강, 심리, 관계망 등이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 중, 어느 집단이든 그것을 자신의 집단으로 가져오고 그것을 해결해내는 집단에게 권한이 주어진다. 의료법에 의한 병의원도 아니면서,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의료행위라는 모호한 정의에 의해 터부시되는 그 과업을 요양보호사들이 가져와 해결해 내면 권한이 주어진다. 그것을 능숙하게 해결해 냄으로써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스스로 강화해야 한다. 

집단의 권력은 사회와 조직의 문제를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인지하고 그것을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권력은 집단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에게 사회와 조직이 부여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게 자문하여 보자. 과연 당신의 집단이 그동안 해결해 낸 사회와 조직의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가 문제를 가져 온 적은 있는가? 우리가 문제를 스스로 정의한 적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이 속한 집단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와 조직의 시각이다. 그리고 그 시각이 사회와 조직에서 인정하는 집단의 처우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