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장애인 위한 주거자립지원센터, '독 될까'
탈시설 장애인 위한 주거자립지원센터, '독 될까'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9.08.1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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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 탈시설 장애인 위한 주거자립지원센터 설치 골자로 한 장애인복지법 발의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근배 활동가 '당사자들이 요구해온 탈시설 권리보장을 매우 보수적이고 의도적으로 위축시킨 법안 불과' 비판

탈시설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주거자립지원센터를 통해 탈시설 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은 법률안 오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은 거주시설 장애인의 시설퇴소와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전문적인 전달체계인 주거자립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발의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2017년 기준 618개(단기‧공동 제외)이고, 거주인원은 2만 6000명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거주시설 장애인 중 55%가 자기결정에 의한 시설퇴소와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시설보호는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분리시키고, 획일적·집단적 삶을 강요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침해 할 수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며 “장애인의 시설퇴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현행법상 관련 법적 근거가 부재해 정부의 정책 수립, 집행을 위한 예산확보, 구체적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번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우선적으로 거주시설 장애인의 자립지원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거주시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상담지원과 주거지원 등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할 의무를 부과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장애인복지정책은 장애인 스스로 선택과 결정에 의해 자신의 삶을 관리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가차원의 전문적·체계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 거주시설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자립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환경과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 고 밝혔다.

민간기관 출현, 오히려 기존 탈시설 지원체계마저 혼란 빠뜨릴 위험

이에 대해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근배 활동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법률 개정안은 장애인들의 탈시설 권리를 정면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권리-보장'이 아닌 '욕구-충족'이라는 구시대의 복지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며 “시설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발달장애인, 중증중복장애인은 배제되거나 이들이 거주하는 시설법인이 주거자립지원센터를 위탁받지 않는 이상 이들은 형식적인 변화조차 겪지 못할 것이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탈시설’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각자 해석하는 정의에 따라 정책의 접근과 범주가 확연히 달라질 것은 자명하다.”고 지적한 뒤 “이 법률안은 시설 퇴소장애인 지원할 책임있으니 민간위탁으로 이 지원을 하는 민간기관 하나 더 만들고, 국가는 그걸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국가책임성의 강조인가. 지금 시설도 복지관도 그 많은 사회서비스도 그럼 국가가 예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니 책임진 건가. 국가가 책임질 부분은 예산지원만이 아니라 기존 복지환경 즉, 전달체계 자체의 변화이다. 희망원 사태는 1차적으로 집단수용방식의 민간화된 전달체계가 부른 참사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전 활동가는 “민간 기관 하나가 도대체 몇 명의 탈시설장애인을 지원하고 사례관리 할 수 있을 것이며, 농어촌 지역에 어떤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며, 보기좋은 개별화 계획을 짠다한들 지역사회에 무슨 권한으로 서비스를 연계ㆍ통제할 수 있겠는가.” 반문한 뒤 “이 법안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결국 탈시설을 보장하는게 아니라 박탈하는 것이다. 설마 시설법인을 이 명칭으로 전환시켜 주려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 “이번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그토록 당사자들이 요구해온 탈시설 권리보장을 매우 보수적이고 의도적으로 위축시킨 법안에 불과하다.”며 “이상한 민간기관의 출현은 그나마 어렵사리 만들어진 일부 지자체의 기존의 탈시설 지원체계마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적 권한과 통제력을 갖지 못하는 복지전달체계 추가 설치는 지금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한계를 반복할 것이다. 심지어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준공공기관이어도 이런데 민간이면 오죽하겠는가.”라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주거자립지원센터가 아니라 탈시설지원센터였다. 사회복지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간위탁해 탈시설을 지원한다는 개정안은 사기이며, 민주당과 문재인정부가 만든 장애등급제 폐지가 가짜이고 사기라는 당사자들의 비판을 탈시설 부분에서도 똑같이 받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정안은 김영춘 의원을 포함해 기동민, 김영호, 김종민, 김철민, 맹성규, 박선숙, 박홍근, 소병훈, 송갑석, 신창현, 오영훈, 유동수, 정인화 의원(총14인)이 공동발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