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삶에는 이웃이 있다
주민의 삶에는 이웃이 있다
  • 김소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1 2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전 사례관리 당사자께서 가정방문을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도 건강이 안좋아 병원을 자주 다니시던 분이라 연락을 받는 순간 가슴이 덜컥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가겠다고 했지만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는 방문하길 원하는 날짜를 지정해주셨습니다.
찾아뵙기 전까지 머릿속으로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갑작스러운 일상의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닌지 별별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며칠이 흘러 약속한 날이 돼 가정방문을 갔습니다.
알고보니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셨고, 퇴원하는 날짜에 맞춰 가정방문을 요청하셨던 겁니다.

죄송한 마음에 ‘왜 입원하셨을때 연락하지 않으셨냐’고 여쭸더니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을 만나야 하는데 이렇게 와주신 것만도 감사드려요.”라고 말씀해주셔서 가슴이 찡했습니다.

그간의 근황을 들어봤더니 옆집 사는 분께서 입·퇴원을 도와주셨고,  병간호 해주신 분도 주변 이웃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동네 주민 대부분은 1인 가구입니다. 가족이 있어도 멀리 살거나, 대부분 홀몸이기 때문에 갑자기 아프거나 할 경우에는 이웃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한 달에 한번, 전화와 가정방문을 오는  사회복지사보다 편하다고 하셨습니다. 비슷한 처지, 같은 공간에서 삶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이 가족이고 친구이며, 본인도 이웃들에게 받은 것이 많다고 했습니다.
건강이 안좋아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연로한 이웃들에게 전화 안부를 자주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맺어진 이웃들이 본인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달려 와주었다고 했습니다.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면서 나름 끈끈하게 맺어진 이웃들의 관계망을 확인했습니다. 또 공동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규모있게 조직된 모임이나 행사 등이 아닌 일상을 같이 공유하는 이웃이 옆에 존재하는 것이 공동체적 삶은 아닐까라고 생각했고요.

이분을 통해 다시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모든 것을 걱정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 모습을 반성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도움이 없으면 어려울거라 걱정했던 분들도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열심히 자신들의 삶을 살고 계셨고, 그렇게 지탱할 수 있는 힘은 이웃분들에게 있었습니다. 이웃들이 만들어 내는 연대와 힘이 주민을 그 마을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등 지원체계에 있는 사람들보다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이웃 한명의 존재가 더 큰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긴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사회복지사가 아닌 개인인 나에게도 이러한 이웃이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내 집의 앞집, 옆집에 이웃이 되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