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사회복지 현장은 바뀌지 않아"
"우리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사회복지 현장은 바뀌지 않아"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8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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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톺아보기 교육 후기
나 자신과 우리 모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실천과 연대

지난 24일 토요일 늦은 3시, 협동조합 '즐거운 사회복지궁리소'의 첫번째 공식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주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톺아보기'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했고, 각자가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겠죠.

저는 조합원으로서, 또 즐겁게 사회복지를 하고 싶은 사회복지인으로서, 그리고 한명의 노동자로서 이 교육을 통해 느꼈던 점을 남기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첫번째 공식행사였고, 앞으로 이어질 '즐거운 궁리'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기록되어지길 희망하면서 후기를 써볼까 합니다.

1부는 박상진 변호사가 나와 법에 대한 개념정리와 해설, 사례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법에 무지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던 저는 변호사님의 민법, 형법, 위반행위에 대한 개념정리부터 시작한 이 교육이 아주 유용했습니다.

왜 민법에 대해 설명했을까? 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느껴졌습니다.

기존에 직장 내 괴롭힘 등의 피해를 당했을 때 노동자 개인이 민사소송을 진행하기에는 참 힘든 현실을 반영해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 그러나 이 법 역시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내리는 것을 금지하는 것 외에는 강제적 처벌규정도 없고,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도 담고 있진 못한 법이라는 점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가지는 의미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민사소송으로 갈 때 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이 법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 딱 든 생각이 '사회복지시설에서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라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변호사님의 설명이 들으니 그 생각이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은 2부 토크콘서트에서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패널로 말씀해주신 분들의 다양한 말씀, 그리고 교육에 참석하신 분들의 의견과 요구들을 듣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즐거운사회복지궁리소 협동조합'이 마련한 자리로 인해 우리가 함께 모여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도 소중하게 다가왔지요.

그런 무겁기도 한 생각이 이어지는 중 마지막 양원석 소장님의 말씀이 기억에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곱씹어보게 만드네요. 사실 후기를 쓰기로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아"

"기존에 있는 직원들이 개별적인 관점이 아닌 사회복지계 전반의 관점으로 사회복지계가 전체적으로 침몰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내부자정작용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노조든 협회든 군중으로 조직화 돼 안전이 비교적 보장되는 곳에 내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를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변화가 될 것"

"이런 구조적 원인들을 찾아가다보면, 이런 구조들은 아는데 문제는 개인적 활동을 실천하지 않으면 알긴 하지만 실제로는 집행이 안돼"

"개인적 활동이 중요한데, 문제는 이걸 하면 당장에 바뀔 것인가"

"이건 어쨋든 안바뀔 것 같은데 내 존엄으로는 도저히 이거 가만히 있으면 인생 살면서 부끄러울 것 같아서 하는게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그 존엄의 마음으로 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늘어나면 좋겠어"

마지막 말씀을 오늘 올라온 유투브를 보고 정리했습니다.

조합원으로서 첫 행사이기도 해서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나 스스로의 '존엄'을 고민하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머리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내 스스로의 존엄한 삶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 교육에서 내가 얻은 게 하나는 확실해보입니다.
귀찮아서, 혹은 피해볼까, 혹은 욕먹을까, 혹은 어쩌구 저쩌구 다른 이유들로 살짝 살짝 내 삶의 존엄을 포기하며 살았고, 또 그것에 익숙해지진 않았는지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협동조합 즐거운사회복지궁리소의 첫 교육인 '작장 내 괴롭힘 방지법 톺아보기'.
또 하나의 생각거리를 던져준 이 교육에 참 감사했습니다. 이런 교육들이 많이 늘어나 우리가 모여 이야기하는 기회도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합원인 게 뿌듯했고, 이렇게 귀한 조합에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뭔가 모르게 하고 싶지만 선뜻 손을 내밀어 조합가입신청을 클릭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함께 하자고 권유하고 싶네요. 

교육 가장 처음에 있었던 협동조합의 윤귀선 이사장님의 말씀을 빌어 손을 내밀어봅니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즐거운 궁리, 함께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