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차) 철의 십자가, 나와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다
(21일차) 철의 십자가, 나와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다
  • 곽경인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
  • 승인 2019.03.25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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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7일(목). 21일째, 레온 라바날 델 카미노-몰리나세카

5시30분에 기상해서 컵라면과 삶은 계란 1개, 사과 한 알로 아침을 해결하고 6시부터 걷기 시작했다. 이제 이동네 컵라면은 더 못 먹겠다.

철의 십자가. 자신과 가족과 이웃을 위해 무릎 꿇고 기도한다는 곳이다. 나무 기둥 위에 철 십자가가 놓여있는데 나무 기둥에 카미노 상징 조개에 한글로 두 글자가 적혀있었다. '감사'

걷는 중 잠깐 비가 내린다. 산 정상에서 만난 비는 상쾌함 그 자체다.

송아지만한 세퍼트 한 마리와 함께 카미노를 걷는 부부를 만났다. 이 아이 잠자리는 어떻게 할지 궁금해졌다. 블랙푸들 산타를 데려왔다면...

철의 십자가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인데 자갈밭에 돌 투성이다. 발바닥에서 불난다. 3일째 한국인과 대화를 못하고 본의 아니게 묵언수행 중이다. 오늘은 은숙씨 하고도 통화를 못했다. 정말 존재감 제로다 ㅠㅠ

베드버그는 아닌듯한데 여기저기 많이 물렸다. 다행히도 발바닥 물집은 거의 나은 듯하다. 어제 짠 계획대로라면 이제 걷는 건 9일 남았다.

오후 3시. 씻고 빨래하고 뭐 좀 먹고 일기 쓰는데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온다. 산악지역이어서 그런가 보다. 많이 와라~ 내일 새벽엔 그쳐라.

9유로짜리 저녁을 예약했다. 너무 부실하게 먹고 다니면 안 되지. 
하지만 언어장벽때문에 외국인과 같은 식탁에서 먹는 일이 무척 부담스럽다. 오늘도 그랬다. 아주 조금만 더 언어가 자유롭다면, 하는 아쉬움 한가득이다.

여기저기 물린 곳을 그냥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어 약국에 다녀왔다. 9유로 주고 연고 하나 사서 바르기 시작했다. 버물리가 최곤데...

40,610걸음 26.6키로 56층 
누적 449.5 카미노 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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