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에 ‘군림(君臨)’하려는 공무원이 있다
국민 위에 ‘군림(君臨)’하려는 공무원이 있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09.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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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구습(舊習)에 젖은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오로지 청와대만 바뀐 것을 그들이 확인해 주고 있다. 구습의 핵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갑질’이다. 물론 예전처럼 대놓고 윽박지르거나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게 민원인을 힘들게 한다. 방법이나 내용도 매우 정교해졌다.

자신들의 의사를 따르지 않으면 우선 번거롭게 한다. 그 다음에는 안 되는 이유를 집요하게 반복한다. 그 성화에 질려서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이 집요한 설득은 이어진다. 그래도 듣지 않으면 중요한 논의과정에서 소외시키든지, 예산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불이익을 경고하고, 실제로 불이익한 처분을 하기도 한다. 

따로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공무원들은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한다. 국민들의 요구가 다소 거칠더라도 그 요구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검토하여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그들의 본분이다. 그런데 다 경험했겠지만, 공무원들은 희한할 정도로 안 되는 이유를 찾느라고 분주하다. 자신들의 요구는 무조건 따르라고 하면서도 국민들이 어렵게 제안하는 일에 대해서는 10가지도 넘는 불가사유를 찾아낸다.

물론 전체 공무원이 그렇지는 않다. 만나 본 공무원 중에는 정말 겸손하고 박식하며, 문제가 되는 사항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이나 설명에 정성을 다하는 이들도 많았다. 어디서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별도로 받은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소통에 능숙한 공무원들도 있었다. 그들을 만나면 설령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지라도, 막혔던 체증(滯症)이 내려갈 정도로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어쩌다가 한 번씩 거드름을 피우는 공무원을 만나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불쾌하고 짜증이 난다. 논리도 빈약하고 태도도 고압적인 이런 사람을 만나고 나면 예외 없이 열병을 앓고 난 것처럼 사지가 늘어진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더 늦기 전에 민원인을 진 빠지게 하는 고약한 공무원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 일의 무게가 검경의 업무조정이나 적폐의 청산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간에 공무원이라면 국민을 위해 철저하게 복무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규범화된 제도를 어서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