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우울한 이웃들
명절이 우울한 이웃들
  • 김소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0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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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는 복지관은 영구임대단지 안에 있으며, 지역주민 대부분은 홀로 사는 1인 가구입니다.

평소에는 늘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고, 역동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평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웃음도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고, 다소 울적해 보이는 주민들도 계십니다.

그 분위기를 쉽사리 깰 수 없어 은근슬쩍 주민들이 모여계신 곳에 껴서 수다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친한 주민분께 슬쩍 여쭤봤습니다.  

“ 아버님, 요 며칠 평소 분위기랑 다르게 보이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한참을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던 그 어르신께서 조용히 말을 꺼냅니다. 추석과 같은 연휴가 긴 명절이 되면 오랜만에 가족들 만나서 가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에 마음이 무거워 진다고 하시더군요. 본인은 혼자 살고 있고, 명절에 만날 가족들도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명절 전까지는 지역 내 복지관 등에서 진행하는 명절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각종 선물을 들고 찾아오느라 손님맞이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명절 전까지 뿐,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찾아오는 사람은 줄어들고 정작 명절날부터는 적막함과 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사회복지사들이라도 나왔으면 좋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가족도 만나고 쉬기도 해야 하니 늙은이가 욕심을 내서는 안되지….김 과장도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고 명절 잘 보내고 만나자 고. 가족들이 힘이야!!”

출처: https://pixabay.com/
출처: https://pixabay.com/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조용해지는 아파트 단지를 지킬 주민들에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명절행사가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고,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생각합니다. 즐거운 명절을 기다리는 저처럼 주민들도 명절을 기다릴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명절을 앞두고 가족과 떨어진 이웃을 살피는 것이 잠시 잠깐이 아닌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찾고 있습니다.

작은 관심이 소박하지만 길게 간다면 주민들도 명절을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