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본질’을 넘어서지 못한다
‘유행’은 ‘본질’을 넘어서지 못한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09.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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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관의 사업에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일정한 흐름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한동안 ‘마을지향’이 사회복지관에 광풍처럼 불어서 사회복지관의 사업에 마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복지관으로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복지관이 위치한 곳이 마을이고, 모든 사업이 마을을 향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굳이 마을지향이라는 단어를 앞장 세웠는지, 불민(不敏)한 사람인지라 아직도 궁금하다.

‘민관협치’도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민간의 일이 따로 있고, 관청의 일이 따로 있는데 무엇을 함께 꾸민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주창자들의 열의를 보아서 지켜보았다. 결론은 공염불로 나타났다. 몇 사람은 그 일에 참여하면서 마치 사회복지관들을 지도하는 위치에라도 올라선 것처럼 요란을 떨더니 요즘은 쑥 들어갔다. 민관협치는 고사하고 ‘협력’이라도 제대로 되기를 지금도 고대하고 있다.

요즘은 ‘공유’에 꽂힌 분들이 많다. 원래 공유란 재화나 공간 혹은 경험이나 재능을 빌려 쓰고 나눠 쓰는 개념인데, 사회복지관에서는 일부 공간을 개조해서 마을주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회의 공간 또는 프로그램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는 듯 하다. 이미 그런 공간을 만든 사회복지관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많은 돈을 들여서 예쁘게 꾸민 프로그램 공간이 하나 늘어난 정도가 대부분이다.

사회복지관의 사업이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시대적 요청이라는 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어디서 설익은 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그것만이 옳은 길이라고 주창하는 것은 넌센스다.

사회복지관은 법령으로 정해진 기능과 사업이 있고, 그 범위 안에 응용 가능한 이름이나 개념이 얼마든지 있다. 꼭 무슨 용어를 새로 만들어서 붙여야 고급진 것은 아니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사회복지관의 정체성 타령이 이런 행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 스스로가 이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가 저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이야기를 불러온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사회복지사 중에 ‘뚜벅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있다.
묵묵하게 자기 길을 간다는 의미인데, 사회복지관도 이 ‘뚜벅이 정신’을 모든 사업에 오지게 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