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사협 회장에게 바란다] 페미니스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을 만나고 싶어요
[차기 한사협 회장에게 바란다] 페미니스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을 만나고 싶어요
  • 김혜미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활동가)
  • 승인 2019.10.0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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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에게 바란다 ⑨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여성이자 복지관이 아닌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 김혜미입니다. 
먼저 이렇게 지면을 내어주신 웰페어이슈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후배 사회복지사로서, 사회복지사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가감 없이 전달해주는 매체가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이에요.

미래의 협회장님, 먼저 진심으로 사과드려요. 
사실 저는 제 동기들에게 ‘무면허 사회복지사’라고 불린답니다. 1급 시험에 합격하고 자격증 발급을 아직까지 안 받았거든요. 바로 대학원에 입학하기도 했고, 복지관이 아닌 시민단체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격증’이 사실상 크게 필요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동시에 협회원이 아니에요.

미래의 협회장님, 저는 아주 '솔직하게'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아서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어요. 
협회는 자격증 발급뿐만 아니라 평생을 사회복지사로 일할 저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해줄 가장 든든한 뒷배일 텐데, 제가 참 생각 없지 않나요. 그런데 2017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와 사회복지사로 삶을 살아가며, 협회원이 아니어서 불편한 적이 없었어요. 부당한 일을 경험하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꼭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제게 협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거든요.

미래의 협회장님, 또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 ‘사실’이 있어요.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다가 놀랬어요. 협회원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더라구요. 그런데 조직현황에 적혀있는 위원회의 위원장은 왜 남성이 많은 걸까요. 제 눈엔 너무 이상해보여요. 이런 생각을 갖는 제가 이상한 것일까요? 제가 페미니스트라서 그런가요? 

한창 한국 사회에 미투운동이 진행되며 여성들이 그간 사회에서 겪었던 억압들이 가시화되었지요. 하지만 사회복지계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과연 여성 사회복지사들이 차별의 경험을 겪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게 되었을까요. 

그렇다고 보기엔, 저는 여전히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제 주변인들에게 끔찍한 소리를 들어요. “커피는 여자가 타야 맛있지” 같은 이야기를 기관에서 듣는다고요. 이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 협회장님을 만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 사회복지사의 책무이니까요.

제가 사회복지사로 살기를 결정한 것은 하나의 이유예요. 

한국을 보다 보편적 권리가 실현되는 복지국가로 만들어서 모든 생명이 ‘같이 먹고 사는 사회’로 변화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그런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하루 하루를 채워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무려 6UBD1) 의 회원 수를 가진 어마어마한 조직,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회장님과 함께라면 60년은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가 영웅이 될 순 없어도, 우리가 필요한 사람들의 하루를 평범하게 바꾸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해도 참 많은 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죽었어요. 그 죽음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감당 못할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집이 없어 죽고, 배가 고파 죽는 사람이 아직도 많아요. 

이렇게 시민들의 사회권과 기본권이 사라져가는 나라에서 ‘사회복지’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계급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든 종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가를 만들어 가는데, 한사협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00만 사회복지사들이 자신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음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깨워주세요.

그렇게 정의가 바로서고, 권리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아주 매력적인 곳으로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당장 협회원이 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말이에요. 

김혜미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활동가)

미래의 협회장님, 저의 이 ‘사소한 물음들’에 답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반드시 21대 한사협 회장선거가 끝나기 전, 협회원이 될 것을 약속 드릴게요. 사회복지사들이 각자도생의 삶을 끝내고, 연대의 힘으로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힘써주세요. 요즘 지구적인 주목을 받는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 말로 짧은 편지의 마무리를 짓고 싶습니다.

 “행동하기 시작하면, 희망은 모든 곳으로 번집니다.”

1)  UBD이란 문화산업 콘텐츠, 특히 영화 티켓 판매량의 단위를 뜻하는 인터넷 유행어이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엄복동'(Um Bok-Dong)에서 앞의 한 글자씩 따온 줄임말이다. 1UBD은 17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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