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력, 아래로부터의 협치가 더 필요하다
민관협력, 아래로부터의 협치가 더 필요하다
  • 전재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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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력, '참여'를 끌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

 

협치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들려오고 있다. 사실 영어인 거버넌스(Governance)가 한자인 협치로 사용되어지고 있는 건데, 협치란 말이 새롭게 들려온다. 그만큼 최근에 협치로 이루어지는, 이루어져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협치에 대한 경험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얼마전 ○○구에서 진행되는 협치 토론회에 다녀왔었는데, 그때 느꼈던 협치에 대한 생각 중 하나는, 협치를 이야기하기 전에 참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치를 이야기하는 그 자리에 관은 인사만하고 갔고, 결국 민에서 세워진 토론자들의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도 어떤 이야기를 하는 자리인지 모르고 온 사람들이 다수였다.

협치(協治)라는 단어는 한자의 뜻 그대로 풀이하면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의미인데, 결정에 있어서 협의와 공감대 조성을 먼저 하는 것을 말한다. , 협의와 공감대 조성을 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협치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구의 협치 담당관도 협치를 하라고 하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전보다 한 과업의 결과를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협치는 강조되지만, 조직의 구조나 업무의 방식이 바뀌지 않다보니, 여전히 실적을 보고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간은 변하지 않았다.

지역에서 일하다보면, 위에서 내려온 사업을 하라고 지시받을 때가 있다. 현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들이라, 구청에 찾아가서 묻게 된다. 그러면 구청은 자신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시에 이야기했는데, 시는 보건복지부에서 하라고 지시했다고 이야기 한다. 아쉬운 부분이다.

분명 위의 어떤 시기, 어떤 과정에서는 협의와 소통의 과정이 있었을 텐데, 아래로 내려왔을 때는 그 협의와 소통의 과정에 대해서 모르고, 또 아래에서는 협의와 소통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최근에 협치가 더 강조되고, 그런 문화들이 공공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면서, 회의가 잦아지고, 그 잦아진 회의에 참석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이게 진짜 민관협력일까? 기존의 방식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외부 회의 참석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업무 피로도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협치가 잘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등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건 나와 같은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구청에서 일하는 주무관이나 팀장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회의는 많이 하고 있는데, 결국 결정이나 일은 누군가가 도맡아서 해야 한다. 협의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다. (원래의 업무들이 있다 보니, 협의된 일들을 수행하기는 부담을 느낀다. 그러다보면 방관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사업을 발의한 사람이 주로 추진하게 된다.)

어쨌든, 협치 경험은 쌓이고 있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관에서 민간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라던가, 의사소통과 의사 결정의 변화도 되고 있다의사소통의 방식이 이전에는 통보 후 시행하도록 했다면, 지금은 협의라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여전히 참여는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행정-조직 구조, 혹은 업무의 내용의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아쉽게도 쉽지 않고, 더디다.

복지와 관련되어서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고, 커뮤니티 케어나 돌봄 SOS와 같은 정책에서 마을 단위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는 기존의 복지 전달체계가 가지고 있는 한계  자원의 한계, 접근성의 문제, 지역문제와 역량의 상이함, 사례관리의 한계 등을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협치를 이야기하면서, 여전히 많은 정책과 사업들이 위에서 내려와서 아래에서 하게 하도록 하는 방식은 그리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내려온 정책이나 사업들이 아래에서 좀 더 촘촘한 단위에서 하려고 할 때, 동기부여가 어렵고, 이해를 시키기 위한 시간과 비용 소모도 크고, 단기의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효율적이고 비윤리적으로 처리되기 쉽다.

그렇기에 큰 틀에서의 방향과 정책은 있다 하더라도, 사업은 아래에서부터 발생하게 하면 어떨까?

작은 조직에서, 촘촘한 마을단위에서의 경험에서 살펴보면, 아래로부터 동기부여가 만들어지게 되면, 그것에 동의하고 참여하는 주민들도 많아지게 되고, 직접 주민이 어떤 사업에 기획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주민의 주체성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또한 지속적인 변화와 성과들이 주민들에 의해서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