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질문에서 답을 찾다.
후배의 질문에서 답을 찾다.
  • 김소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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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대학생 친구들이 복지관을 찾아왔습니다.

봉사활동 뿐 아니라 깊이 있게 현장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안을 들었을 때 교육을 정기적으로 할 것인가, 가정방문 등 사례관리 업무의 보조역할을 줄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어떤 것이 앞으로 현장을 누빌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 끝에 학생들에게 배식과 도시락 배달, 식당 뒷정리 등 경로식당 운영의 전반에 대해 참여하도록 제안했습니다.

이 학생들은 충청북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공강을 활용해 매주 금요일마다 복지관에 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저의 걱정과 달리 반년 넘게 꾸준히 복지관을 찾아왔습니다.

이들이 찾아오면 저는 늘 질문했습니다.

“ 오늘 주민들과 어땠나요? ”
“ 마음이 쓰이는 주민이 있었나요? ”

처음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던 후배들이 저의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OOO님은 오늘 표정이 안좋으셨는데 제가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는 걸까요? ”
“ 이야기는 나누지 못 했지만 OOO님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
“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이 해주는 모습이 기뻐요 ”

그들의 시선에 마을 주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쯤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이들의 고민은 취업이 주를 이뤘는데, 이날 그들이 내놓은 이야기는 자신과 주민이 함께 있었습니다.
주민에게 관심이 생기고 주민들과 살아가는 삶을 상상하며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순간 (출처: Pixabay)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순간 (출처: Pixabay)

누군가의 삶 속에 들어가서 사는 사회복지사의 삶.
평범해 보이는 주민들이 갖고 있는 삶의 애환을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 고민과 사회복지사로서 자신의 의미…

꽤 진지한 대화들이 이어졌고, 저는 삶의 모습을 내가 만나려는 혹은 만나고 싶은 주민들과의 관계에서 찾아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배들은 선배인 나의 삶, 현장에서의 내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할텐데, 나는 그들의 고민처럼 주민들과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사회복지 현장은 이런 것이고 사회복지사는 이렇게 살아야 해’ 라고 이야기했지만 정작 나는 잘 인식하고 실천하고 있을까?

이러한 물음과 질문은 후배들과의 만남 속에서 계속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후배역시 자신들의 고민을 선배들과의 만남에서 찾아보기로 했고요. 또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복지사로서 삶의 의미를 우리가 만나고 있는 주민들을 통해 함께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후배들의 고민은 저를 돌아보게 하고 저와 주민의 관계까지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떤 선배가 되어 후배들에게 우리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을까요?
오늘의 대화 속에서 이런 고민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