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사회복지 한다고? "관계가 먼저다"
마을에서 사회복지 한다고? "관계가 먼저다"
  • 김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11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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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앞서 주민들과 관계맺음을 시작하다.

인사로 관계맺기

햇살이 가득히 내려쬐는 봄날이었다. 안내장을 만들고 6개 마을 집집을 돌기 시작했다.

마을 사무장으로 처음으로 해야 하는 일이 마을사업 설명회를 안내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간혹 마주치는 주민들께 인사 드렸다.

안녕하세요? 권역사업 사무장 김석입니다. 마을사업 설명회 있으니 꼭 와주세요.”

못보던 젊은이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인사드리니 의아해 하신다. 마늘밭 풀을 메고(뽑고) 있는 몇몇 어르신이 계셔서 양해를 구하고 밭에 들어갔다.

옆에 앉아 같이 풀을 메면서 이야기 나눴다.

어르신, 풀 메고 계세요? 마늘이 잘 자랐어요~”

어찌? 누구여?”

권역사업 사무장이에요. 권역사업 설명회 있으니 꼭 오세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처음의 경계가 약간 누그러 들고, 주전부리를 챙겨 주기도 하셨다.

마을밭메는 주민들
마을밭메는 주민들
마을사업 홍보물
마을사업 홍보물
마을사업 홍보물
마을사업 홍보물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걸어서, 때로는 차를 이용해서 그렇게 마을 주민들을 만나고 인사드리는 횟수를 늘려갔다.

경로당에 방문하면 밥 때 되었으니 밥 먹고 가라고 하고, 부치고 있던 부침개()를 큼직하게 내어주기도 하신다.

처음엔 낯설었던 사람이 자꾸 만나 얼굴보고 인사드리니, 친근한 손자가 되었다.

어떤 어르신은 본인 손자 이름이 이라며, 나를 보고 영락없이(?) 혁이 닮았다며, 내가 갈 때 마다 우리 혁이 왔어?’하신다. 그렇게 주민들과 관계를 맺어 나갔다.

주민들이 대접해준 밥상
주민들이 대접해준 밥상
주민들이 대접해준 밥상
주민들이 대접해준 밥상

마을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혹은 마을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주민들과의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수행의 주체와 사업의 대상마을 주민으로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의 관계를 맺어나가면 자연스럽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업을 통한 관계의 확장_마을청소

마을사업을 시작하고 근 1년 동안은 이렇게 주민들을 만나 인사드리고, 회의를 안내하거나 추진사항들을 안내하는 일만 했다.

주민들을 만나다 보니 그제서야 마을에서 해봐야겠다’ ‘해볼 수 있겠다하는 사업들이 생겼다.

그 첫 번째가 함께 마을청소를 하는 것이었다. 6개 마을이 함께하는 것이다 보니, 어느 마을을 특정해서 그 마을을 청소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6개 마을을 따라 흐르고 있는 두월천을 청소하는 것으로 하고 주민들께 안내했다. 청소 당일 20여명의 주민들이 나와 함께 청소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주민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형님, 요즘 편찮으셨다면서 어떠세요?” “오랜만이네요~ 건강 하시죠?”

청소를 마친 후에는 함께 간단히 술한잔 기울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을청소를 구실로 주민들의 관계가 더 확장되고 돈독해졌다.

두월천 청소하는 주민들
두월천 청소하는 주민들
두월천 청소하는 주민들
두월천 청소하는 주민들

사업 추진에 앞서 사업을 함께 해야 하는 분들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관계 맺지 않고 사업적으로만 만나면 우리 마을의 이익만을 앞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른 마을 주민들과도 관계 맺고 서로를 알아 가면 함께 발전방향을 고민하게 되고 다른 마을의 사정을 살피게 된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인사를 통해 관계맺음.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되어야 함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