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사협 회장에게 바란다] 사회복지사 인권침해 막을 '사회복지인권옹호센터' 설립 필요하다
[차기 한사협 회장에게 바란다] 사회복지사 인권침해 막을 '사회복지인권옹호센터' 설립 필요하다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9.10.1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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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페어이슈는 지난달 30일부터 2주에 걸쳐 ‘차기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에게 바란다’는 주제로 릴레이 연재를 진행했다.

총 13분이 의견을 주셨으며, 기관장서부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복지사까지 다양한 위치와 영역에 계시는 분이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줬다. 재밌는 건 그 속에서의 공통점이었는데, 바로 ‘비례성’과 다양한 영역에 대한 존중이었다. 지난 20대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이 ‘민주성’과 개혁을 열망했던걸 떠올려 본다면 격세지감이다.

열세 편의 기고문 중 단연 화제가 된 건 세밧사 김혜미 활동가의 ‘페미니스트 협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글이었고, 웰펌 표경흠 대표의 ‘공공기관과 공직자에게 경고를 넘어 똑같이 되돌려주자’는 도발적인 주장은 다른 의미에서 큰 이슈가 됐다.

차기 한사협 회장은 여성과 평 사회복지사 대의원의 비율을 얼마나 높일지, 공무원과 사회 공헌 분야,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들을 회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낄 복안을 어떻게 준비하실지 지켜볼 일이다. 또 점점 범위가 커지고 있는 ‘독립형 사회복지사’나 노인 요양 등 전통적인 협회 주축 회원 단위가 아닌 영역의 회원들을 어떻게 아우를지 궁금하다. 

한사협에서 진행 중인 ‘제21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선거 인식조사’ 항목을 보니 자격제도, 보수교육 개선, 단일 임금체계, 시설 평가 제도 혁신 등을 회장 선거의 이슈로 보는듯하는데 우리 대중들은 ‘회원 됨’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쪽 온도가 맞을까, 이 또한 지켜볼 대목이다. 

기고 참가자, '비례성' 확대, '다양한 영역에 대한 존중' 강조

이번 21대 한사협 회장 선거는 지난 선거에 비해 특별한 이슈도, 각 후보 간 각을 세울만한 특별한 사안도 없기 때문에 조용히 치러질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의 욕구가 한꺼번에 쏟아질 시기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귀를 쫑긋 세우고 회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출마 예정자께서는 13명의 목소리를 흘려듣지 않았으면 한다.  

사실 이 릴레이 기고를 기획하면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될 거라 예상했던 주제가 있었는데 기본이라고들 생각하셨는지 아무도 언급해주지 않은 주제가 있다. 
바로 인권이다.
사회복지계 언저리에서 십여 년 가까이 취재하면서 절감한 걸 마지막으로  짚으며 ‘차기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에게 바란다’ 릴레이 기고를 마무리할까 한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사회복지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힘든 영역에서 좋은 일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언뜻 들으면 좋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직업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내포돼 있다. 이 '천사'라는 강박증은 내부로까지 이어져 문제가 생기고, 갈등이 빚어져도 속으로 삭히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다. 직업의식도, 인권 감수성도 많이 향상돼 과거에는 별문제 되지 않던 문제가 크게 와닿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권감수성, 저절로 높아지지 않아

예를 들어보자.

기자가 처음 사회생활할 때만 하더라도 사무실에서 흡연하는 게 일상이었다. 여성들은 직급과 상관없이 커피 심부름을 했고, 많은 직장에서 상사가 출근하기 전에 책상 청소까지 해야 했다. 또 식사 메뉴와 회식 여부는 상사의 기분에 따라 결정됐고, 업무의 연장이라는 이름으로 끌려간 회식자리에서는 ‘분위기를 띄운다’며 질펀한 농담이 이어지고, 얼큰하게 취할라 치면 업무상 질책이 이어지곤 했다. 결혼 후 아이가 없는 가정은 ‘문제 있는 거 아니냐’는 농담이 아무렇지 않게 이어졌고, 지나친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직원에 대한 애정’으로 해석되곤 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만연했던 이런 일들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변화를 이룰 수 있던 건 우리의 인권 감수성이 향상된 것도 있지만, 이보다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불이익에 가까운 제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90년 중반 이전의 군번의 남성이라면 군대 내 가혹행위를 경험했을 텐데, 되돌아 생각해보면 ‘나는 맞았지만 너희는 안 때린다’는 의식 있는 병사들이 늘었기 때문도 있지만, 강도 높은 징계와 처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병영문화로 변화할 수 있게 됐다. 사람을 때리거나 괴롭히면 나와 동료가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미국 연수 다녀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미국 시민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칭찬하기도 했는데, 미국이 선진국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ADA 법에 의해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사회복지계는 여전히 인권침해 등 문제가 생기면 ‘이미지 안 좋아진다’는 이유로 쉬쉬하기 일쑤다. ‘남자가 큰일 하다 보면 그런 실수도 할 수 있지’라든지 ‘조직을 아우르다 보면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가해자가 처벌받는 경우도 드물고, 받더라도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보면 그들이 다시 복귀해 사회복지계 주류로 이름을 내미는 일을 목격하고 있다. 

문제를 드러내는 게 이미지를 실추하는 게 아니라 감춰 썩게 하는 게 문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지난 8월 24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톺아보기' 토크 콘서트에서 푸른복지사무소 양원석 소장은 "젊은 청년 중 10명 중 7명이 전통적인 현장이 아닌 공무원 시험이나 해외 NGO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젊은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 조직이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편성연
지난 8월 24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톺아보기' 토크 콘서트에서 푸른복지사무소 양원석 소장은 "젊은 청년 중 10명 중 7명이 전통적인 현장이 아닌 공무원 시험이나 해외 NGO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젊은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 조직이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편성연

사회복지사 인권침해 옹호기관 설립 필요

사회복지기관 내 인권교육이 의무화되면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언감생심, 말 그대로 교육에만 그치고 있다. 

인권교육은 교육자가 수강생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입하는 과정이 아니다. ‘인권’에 대해 서로 생각해보면서 감수성을 키워, 보다 예민한 삶을 살자는 게 목적이건만 교육 패키지 중 한 챕터 정도로 인식하는듯하다. 그러다 보니 인권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강사를 찾기 보다 ‘끼워 넣기’ 식으로 인권교육을 요구하는 비율이 많아졌고, 자기 잣대로 교육을 해석한 교육생은 자신을 불편해하게 하는 모든 것을 인권침해로 해석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게다가 반드시 인권교육을 받고 감수성을 깨워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 대부분은 업무 등을 핑계로 그 자리를 빠지기 일쑤니 백날 교육과 학습이 이어져도 오히려 뒷걸음질 치기 일쑤다. 

과거에는 ‘참는 게 미덕’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실습 차 현장에 나갔다가 부조리함을 경험한 후 공무원 시험 준비나 해외 NGO, 기업 사회 공헌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카더라’가 아니다. 경쟁력 있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에게 외면받는 조직은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더 이상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어서 앓다가, 외치다가 현장을 떠나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사회복지인권옹호센터 설립을 제안한다. 

다른 선택의 기회가 있고, 자원이 많은 곳에서야 지금 테두리 내에서도 가능한데, 굳이 이런 것까지 만들 필요가 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밑바닥, 지역의 목소리는 다르다. 

흔히 사회복지인권옹호센터를 이야기하면 변호사와 노무사가 등장하고 예산 문제가 거론된다. 그런 수준이라면 지역에도 그 정도 자원은 적게나마 이미 존재하고, 가장 중요한 현장에서 원하는 요구는 다르다. 

이 센터가 사법권을 행사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업무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이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권리를 회복하도록 지원하고,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더라도 일상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법률적인 행위는 그 이후의 문제다.

필연적으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결재권까지 독립하는 완벽한 별도의 기구로 설치돼야 하고, 이 기구 내에 실무를 담당할 활동가와 인권위원회를 구성해 억울한 피해를 입은 회원들의 구제활동을 함으로써 강력하게 부조리한 관습을 바꿔나가야 할 때가 됐다. 

예산이 문제라면 회원들에게 요구해보면 어떨까. ‘이런 기구를 운영하려고 하는데 운영비가 없어서 1천 원씩만 회비를 더 내달라’고 한다면 마다할 사회복지사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 사회복지사로서 가져야 할 인권 소양, 철학, 감수성 등을 담은 ‘사회복지사를 위한 전문 인권교육’을 이 기구에서 진행하며 운영 수익도 거두고 지역 옹호자도 양성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많이 바뀔 것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사를 위한 이익 단체다. 현장에서 겪는 부조리함에 신물을 느끼며 떠나는 회원을 잡기 위해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거창한 이유를 대더라도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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