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조직, 밀레니얼 세대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사회복지조직, 밀레니얼 세대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 유용대 (청년사회복지사단체 무리들의수다 대표)
  • 승인 2019.10.21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대가 아닌 사람간의 기본적인 이해 필요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 세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세대에 대한 고민과 이해하려는 모습은 계속 될 것이고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될 것이다.

사회복지조직에서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은 세대의 일반화와 우월적 비교였다. “어린 선생님들은 다 이렇다” “요즘 사회복지 현장은 참 좋아졌다 우리 때는 이랬는데...” 

한 세대를 특정하고 특징을 규정하는 것은 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함이지 과도한 일반화를 통해 세대에 속한 개인을 부정하거나 배척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장기간 이어져온 한국식 조직문화에 사회복지현장도 자유롭지 못했으며 그로인해 밀레니얼세대가 저항하기 시작했다. 우리세대는 그런 조직문화와 구습에 당연히 매몰되어 있는 상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우리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이런 상사는 바로 '꼰대'라고 말한다. 이쯤에서 사회복지현장에서의 꼰대의 특성을 설명하자면 남의 말보다 자기 말을 더 많이 하면서 그 말이 법이다. 본인은 창의적이고 주체적이지 않은데 직원은 그래야 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상급자들에게 밀레니얼 세대가 맞서기엔 역불급이다.
‘일이 너무 많아요. 보람을 못 느끼겠어요. 사람을 위해 일하는 직업인데, 제 삶은 없어요.’라고 외치는 젊은이들의 아우성을 ‘요즘 애들은 자기 생각만 해, 일에 대한 욕심이 없어, 진취적이지 않아’라며 낙인찍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결정은 퇴사 뿐 이다.

퇴사하면 또 이런 꼬리표가 따라온다.
‘저 사람은 진득하지 않고, 직장을 여기저기 옮겨 다녀’ 100세 시대에 평생직장이라... 한 기관에만 머물러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평생직장에 몸 바쳐 일하던 우리세대 부모님들은 IMF를 겪고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 세대가 직장에 평생 몸 바쳐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젊은 세대가 끈기가 없어서 퇴사하는 것이 결코 아닌 것이다. 

한 세대를 규정짓고 다른 세대와의 차이점을 논하며 토론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짚어야할 것은 세대의 특징이 개인의 특징은 아니라는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지만 직장에 몸 바쳐 열심히 진취적으로 일하는 개인도 있고, 꼰대라고 손가락질 받는 기성세대이지만 직원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받으며 젊은 복지사들을 이끌어주는 선배들도 있다. 필자가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히 우리라 칭하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요즘 애들은 왜 그래’가 아니고 ‘개인’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환경 속의 인간이라며 개별성을 중시하는 사회복지에서 인권침해와 자존감 저하를 겪고 있는 사각지대는 밀레니얼 세대 사회복지사이다. 인간 존엄과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복지에서 일을 하는 직원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잃어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사회복지시설에서의 미션, 비전에 자주 등장하는 ‘소통’. 직원들은 이야기한다. ‘조직소통이 불통인데, 이용자와 무슨 소통을 해?’ 소통이란 본질적으로 나의 언어가 아니라 상대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나의 언어로만 시도되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간섭이고 통보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말로 시작하는 말치고 마음 아프게 하지 않는 말이 없고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라고 시작하는 순간 기분이 상한채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영영 밀레니얼세대를 이해할 길을 놓치게 된다.

지난 18~19일 강릉 라카이샌드파인 리조트에서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2019 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사회복지조직, 밀레니얼 세대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에 무리수 유용대 대표가 참석해 발표한 글이다
지난 18~19일 강릉 라카이샌드파인 리조트에서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2019 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사회복지조직, 밀레니얼 세대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에 무리수 유용대 대표가 참석해 발표한 글이다

 

밀레니얼 사회복지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어려운 점은 발전 없는 지적이다.

서류를 몇 번씩 반려 받으며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자괴감에 빠진다.
상사는 일은 알아서 잘하라며 지적만 하고 대안이 없다. 지적이 아닌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 피드백을 원한다.

상사는 슈퍼바이저다. 직원들은 자신의 일을 가치 있고 보람 있게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상사를 원한다. 회의시간에 아무도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회의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라 회의 주최자의 문제다. 회의일시, 회의안건 등을 사전에 공지하여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할 말이 생긴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 한척의 선장과 선원은 모두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알아야 노를 저어갈 수 있다. 사회복지 현장도 모든 구성원이 합의한 조직의 목적과 가치를 구성하고 그것을 위해 반드시 함께 노력해야 사회복지사로서의 소명을 갖고 일 할 수 있다.

어느 직원에게 부가적인 일에 대해 보상이 주어진다면 무얼 갖고 싶냐 고 물었더니, ‘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 잘한다고 일을 더 주지나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였다. 일 잘하는 유능한 사회복지사가 소모품으로 전략되는 작금의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우리는 근로기준법 준수, 발전지향적인 피드백, 이해를 목적으로 한 소통, 적절한 보상, 공정적인 평가, 스스로의 성장을 돕는 조직을 원한다. 
 
사회복지조직! 밀레니얼세대와 어떻게 만나고 이해할 것인가?

‘잘 해주는 것’이 중요한지, 그들이 ‘잘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한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그들을 이해한다며 무조건 인정하고 소통한다고 부드럽게 대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잘되도록 해주는 입장을 가지고, 밀레니얼세대들이 그 진정성을 믿는다면 신뢰가 형성된다. 신뢰가 없는 지적이나 비판, 충고는 불가능하다.

밀레니얼세대가 합리성과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조직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리더나 기성세대의 생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합리적이고 공정한지 직접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진심은 언젠간 분명히 통하게 되어 있다. 
우리 또한 선배들의 노력만 기다리고 멈춰 있지 않을 것이며, 직면하는 노력에 불편해 하지 않고 모두가 즐거운 조직을 위해 고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걱정인지, 단순한 농담인지, 뼈있는 경고인지 모를 사회복지 조직에서의 실제 사례를 말해보려 한다. 일부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고 모두가 공감하지 않아도 좋지만 한사람이라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길 바래본다. (사회복지대나무숲 사례 참조)

"칼퇴 하네~ 요즘 많이 안 바쁜가봐?"
칼퇴가 아니라 정시퇴근이다. 정시 가깝게 출근하면 늦었다는 말을 한다. 10분 먼저 나와 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오려고 하는 사람도 많이 없다. 
정시출근하고 정시퇴근 하는 것이 눈치를 봐야하는 일은 아니다.

"휴가 쓰려고? 무슨 일 있어? 조퇴하려고? 어디아파?"
걱정이 돼서 말했다고 하지만 듣는 사람은 걱정보다는 내 휴가를 쓰면서도 눈치를 봐야한다. 무슨 일이 있어야 휴가를 가는 게 아니고 아파야만 조퇴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에 맞는 휴가를 부여 받았고 우리도 업무에 영향 없이 휴가를 준비한다.

사회복지사는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 많이 공감하고 많이 말해왔을 것이다. 청년사회복지사들이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가고 사회복지현장의 변화를 원하는 고민들을 함께하는 순간 그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거기 가서 무슨 얘기해? 가서 기관얘기 하는 건 아니지?”
“자주만나더라 어제는 교육도 하고 놀기도 했던데 일이 많이 없나봐?”
“주말에 같이 놀러 갔다 왔지? 왜 보고안하고 다녀왔어?”
“퇴근 후에 XX학원 다니고 사회복지사 모임하고 주말에 운동하고 그러니까 일에 집중을 못하지”

사회복지조직에서 담지 못하는 문화를 만들어 사회복지현장에 좋은 바람을 일으켜보자 했던 청년들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오늘은 이만 좀 쉴 게요’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등의 에세이가 유행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밀레니엄 세대에 대해 열정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요즘 세대가 열정이 없다고? '하마터면 회사에서만 열심히 살 뻔했다'라고 말을 해야 이해가 될까?

부모세대보다 더 어려운 사회를 맞이한 첫 번째 세대인 밀레니엄 세대는 너무도 치열한 오늘을 살며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