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사업 추진 위한 주민 욕구파악, 3가지는 잊지말자
사회복지 사업 추진 위한 주민 욕구파악, 3가지는 잊지말자
  • 김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25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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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을 위한 사업 추진을 위해 어떻게 물을 것인가

우리는 사회복지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욕구파악를 한다. 당사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사업(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는지, 등이 포함되어 있는 면접지를 활용한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만들어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면접지나 설문지를 통해 당사자(주민)의 욕구, 필요, 강점이 잘 파악될까.

물론 잘 구조화된 양식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양식을 개발하는데 있어 주민들의 상황을 잘 살펴 그것을 충분히 담아 내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서 지역사회의 상황과 여건, 주민의 특성을 고려한 양식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사업개발을 위한 하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나 역시 복지기관에 있으며 으레 그렇게 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진정으로 주민들의 욕구와 필요, 강점 등을 살피고 방법론을 함께 모색하려고 한다면, 기존의 방식대로만 진행하던 설문이나 양식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존재 할 수 있다. 한계를 극복하거나 오류를 줄이고 더 나은 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것을 고려해야 할까.어떤 방법으로 하면좋을까.

양식 개발에 앞서 주민을 먼저 만나라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를 찾고 양식을 만드는 시간에 지역사회를 두루 다니며 주민을 만났으면 좋겠다.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어떤 것들을 해왔는지, 무엇을 더 하고 싶은지, 그건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해 물으면 그것이 욕구조사가 된다.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설문이나 구조화한 양식을 개발한다면 주민 다수의 욕구를 담아내는데 더욱 용이할 수 있다. 아울러 주민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 욕구조사를 하는 것이 더 나은지도 알 수 있다.

마을에서 초기에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의 일이다.

컨설팅회사에서 주민들 욕구조사를 한다고 설문지를 만들어 왔다. 그 중에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프로그램에 대해 묻는 질문이 있었다. 보기에는 노래, 한글, 요가, 우쿠렐라 교실 등 6~7가지 정도가 적혀 있던걸로 기억한다.

설문을 만들 때 조사자의 경험과 견해에 따라 보기문항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보다 폭넓은 욕구조사를 위해서는 먼저 주민들을 만나 설문 구성 내용을 상의하면 좋겠다. 이제까지 주민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익숙하지 않지만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없는지 등을 묻는다면 설문내용의 보기 구성이 좀 더 풍성하게 이루어 질 수 있지 않을까? 보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음을 이야기 한다.(물론 보기를 무한정 늘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적정 수준을 선택할 필요는 있다.)

주민들이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구조화 하라

앞서 언급한 설문지를 바탕으로 이야기 한다면 노래나 한글교실은 이제까지 주민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이고, 우쿠렐라는 그게 뭔지 주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한글로 적힌 이 교육내용만 보고 응답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내 필요나 욕구의 반영보다 나에게 익숙한 프로그램 중심으로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알지 못하고,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프로그램 옆에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넣거나, 알기 쉽고 보기 쉽게 그림을 첨부하거나 조사를 하는 사람이 설명 자료나 사진, 영상 등을 미리 준비하면 어떨까. 나에겐 익숙하지는 않지만 흥미를 보이고 해볼 수 있겠다 싶은 활동이나 프로그램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컨설팅 업체에서 가져온 설문지를 보고 내가 업체에 다시 요청했다. 사진이나 그림자료를 활용해서 이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도록 설문지를 다시 구성해 주시면 좋겠다고.

마을축제 기획회의 중인 주민들과 퍼실리테이터
마을축제 기획회의 중인 주민들과 퍼실리테이터

퍼실리테이터를 활용한 주민회의도 하나의 방법

구조화한 조사지를 갖고 욕구를 파악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 의견을 폭넓게 듣고 의견을 모아 나가는 방법으로 주민회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의에 익숙하지 않고, 목소리 크고 힘 있는 소수에 의해 회의의 방향과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회의를 진행하는 방법과 절차를 정리하고 회의를 촉진하는 기법을 잘 알고 있는 퍼실리테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촉진자’, ’회의진행자’, ’북돋우미’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회의의 과정을 디자인하고 다양한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활용해 회의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의제를 발굴하거나 계획을 수립할 때, 하고 싶은 사업 등을 조사할 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 제3회 두월노을문화축제를 기획하면서도 진행했던 주민회의도 퍼실리테이터가 지난 축제에 대해 평가하고, 놀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볼거리 등으로 나누어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축제의 내용을 기획했다.

퍼실리테이터는 다양한 회의기법 알고 관련 절차를 구조화 하여 주민들이 좀 더 편안하고 쉽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에 욕구파악에 용이하며, 다수가 의견을 내서 조율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성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주민의 참여가 활성화 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