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실현가능한가?
혁신은 실현가능한가?
  • 승근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0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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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원한다면 실현가능성이 아니라 창의성이 필요
실현가능성이 창의성을 통제해서는 혁신은 없다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은 혁신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할 경우, 실현가능성을 묻는 경우가 많다. 유수의 모금재단 프로포절이나 기업의 아이디어 콘테스트 심사지표에 꼭 있는 것이 바로 실현가능성이다. 실현가능성이 없다면 재원을 지원하지 않는다. 혁신을 꿈꾸는 많은 사회복지활동가들이 벽에 막히는 부문이다.

‘실현가능성이 높다면 그것이 혁신인가?’ 실현가능성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고 그것에서 일의 의미가 발견되고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해서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재단의 재원으로 할 필요가 없다. 조직의 재원으로 풀어 가면 될 일이다. 우리가 프로포절을 외부에 제안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음으로 외부자원을 확보하고자 함이다.

네스타(NESTA/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는 사회적 기업지원, 새로운 형태의 공공서비스 제안, 사회혁신에 관한 방법론 개발 등을 주도하는 영국의 독립민간기관이다. 이 기관은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사회적 기업이나 혁신적 접근을 하는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정부나 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실험적 사업에 주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실현가능성이 낮아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민간의 자금이 투자된다.

난제의 해결이 혁신이며, 난제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러함에도 네스타가 그러한 조직을 지원하는 것은 그것이 해결될 때 혁신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혁신이 조직과 사회의 시스템을 변환시킨다. 비록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 커다란 성공과 해결이 있음을 믿는 것이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현가능성보다는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창의성을 통제하는 것이 실현가능성이다. 실현가능성이 높을수록 매우 현실적인, 성공가능한 문제해결 방식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에게 창의성을 원한다면 실현가능성을 낮추어야 한다.

매슬로우는 번쩍하며 떠오르는 것이 발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발명이란 아무리 독창적이라 해도 모두 나름의 역사가 있다. 발명은 고된 노동의 협동과 분업과정에서 나온 산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즉 이미 알고는 있지만 적절한 패턴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지식의 조각들이 하나로 짜 맞춰졌을 때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인간욕구를 경영하라) 조각들은 창의성이며 조각들을 맞추는 것이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을 먼저 요구하면 조각들을 맞추는 작업을 아예 포기해 버릴 것이다.

하늘을 나는 것은 실현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달에 사람이 가는 것도 실현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의 창의적 조각들이 맞추어지면서 실현가능하게 된 것이다. ‘빈곤의 해결은 과연 실현가능할까?’ 이질문은 빈곤의 접근에서 있어서 ‘창의성을 먼저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실현가능성을 요구할 것인가? 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선택권과 결정권을 부여할 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역시도 조직의 감수해야 할 지점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창의적 문제해결 방식을 제시할 때 조직은 힘겨워한다.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실패를 결과로 받아들여 책무성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1년 단위 사업을 하니 1년의 결과에 따라 실패와 성공을 가른다. ‘1년 동안 성과가 없었다고 사람의 인생이 실패인가?’ 사람을 대하는 조직에서 1년 동안 성패를 결정한다는 것은 사람을 도구로 보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을 1년 단위로 평가해서는 아니 되듯이 사회복지조직의 사업도 1년 단위의 결과로 성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패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혁신과 조직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실패 역시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록 실현가능성은 낮더라도, 의미 있는 문제와 마주하게 될 것이며 그것이 조직을 점진적인 혁신의 길로 나가게 할 것이다. 실패해도 기회를 주는 것이 사회복지이다. 그리고 민주주의 역시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