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리고 있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웅크리고 있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11.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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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게시한 ‘할 말은 하고 살자’는 글을 보신 분들 중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살자는 것이냐며 정중하게 의견을 물어 오신 분들이 몇 분 계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 월급 올려달라는 것과 기능보강을 해 달라는 이야기 외에 과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을 주신 분도 계셨다. 또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무슨 실익이 있겠느냐는 분도 계셨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의견이고, 그간의 경험을 볼 때 별스런 이야기를 하더라도 도로아미타불인 경우가 많아서 그러셨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우리의 말들이 대개 건의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시설의 운영과 관련된 것이 많아서 당국자의 입장에서는 굳이 정책으로 반영하지 않아도 되거나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실현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는 이유를 대면서 흘려 들었을 경우가 종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이 비록 성과 없이 주저앉은 사례가 많더라도 해야 될 이야기와 우리가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해야 할 일들은 많다. 우선 정책결정의 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떼거리로 몰려가서 토론회나 발표회에 정리된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시설의 운영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다보면 우리의 의견은 당연히 묻히기 마련이고, 우리의 이야기는 없는 것이 된다.

사회적 행동을 조직하고 실천하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할 말이다. 사회복지현장은 도무지 사회적 행동에 나서기를 꺼리는 편이다. 특히 이용시설의 경우, 시설의 재위탁과 관련된 일 때문에 목소리를 아예 내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과정들이 순조로운 것도 아니다. 또 사회복지협의회나 사회복지사협회를 비판만 하지 말고 잘 활용해야 한다. 열심히 돈도 내고 참여해서 우리의 소리를 대변하게 해야 한다.

우리의 할 말이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사회복지현장과 관련된 기구나 단체에 사회복지현장 출신의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사회복지행정의 고위직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시민운동단체에 몸담았던 사람들보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적임자인 자리는 많다. 그런데도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간에 사회복지현장 출신의 인사는 늘 논외(論外)에 두고 있다.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지금은 다소 생소하게 들리거나 너무 나간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선거를 두 번만 더 치르면 오히려 정치를 하는 사람들 쪽에서 들고 나올 이야기들이다. 이미 실험적으로 이런 일들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있고, 정부산하시설도 있다.

경우 없이 나대는 것은 절대로 금물이지만, 웅크리고 있다가는 영원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할 말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