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돌봄 원스톱 서비스', 아이 중심으로한 재논의 필요
'온종일 돌봄 원스톱 서비스', 아이 중심으로한 재논의 필요
  • 안명희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 센터장)
  • 승인 2019.11.1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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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여행 가면서 맡겨두는 짐 같은 존재 아냐
온종일 돌봄 원스톱 서비스, 행정이 관리하기 좋은 방식으로의 통합 불과

지난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차 사회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온종일 돌봄 원스톱 서비스 제공 추진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부처 간 난립했던 돌봄기관들에 대한 전달체계를 원스톱 서비스로 일원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처별로 분산돼 있던 돌봄정보를 '정부24'로 통합하여 보호자들이 돌봄시설을 일일이 방문하는 불편함을 줄이고, 한 번에 PC나 모바일로 정보검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희망지역과 아이 나이, 돌봄희망 시간대를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돌봄시설을 볼 수 있도록 하며, 이미 마감된 곳과 신청이 가능한 곳을 알수 있고, 행정정보 공유로 자격정보가 자동으로 확인되어 서류제출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과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다함께 돌봄센터 그리고 여성가족부의 방과 후 아카데미 등 3부처 4개 기관의 정보를 하나로 모아 수요자인 학부모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십수 년째 부처별 유사한 사업들이 난립하는 문제에 대한 현장의 문제 제기와 통합 요구에 대해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고작 관련 시설들의 정보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수준이라면 17년 째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복지사의 한 사람으로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닮은듯 차별성이 있는 이들 기관을 ‘돌봄서비스 기관’이라고 한데 묶어 놓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를 전문으로 하는 시설이다. ‘보호와 교육, 문화, 정서지원과 지역연계를 통해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돌봄은 지역아동센터가 갖고 있는 여러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이들 기관들과 묶어 돌봄의 기능만을 강조하고 있으며, 다른 돌봄기관들과의 차이를 ‘취약계층지원’으로 구분 짓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이미 헌법소원을 해놓은 상태다.

서비스 제공 방식도 문제다.
위 서비스로 보자면 아이들을 철저하게 기계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절차가 바뀌었다. 지역아동센터에 방문해 상담 하고 신청을 한 후 시청에 보고하던 것이 지금은 시청에서 자격요건을 따져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고 난 후 이용이 가능한 방식으로 변화됐는데, 이런 절차에 대해서도 우리는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절차는 이랬다.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지역아동센터를 반드시 방문하도록 했다. 왜냐하면 아이가 집과 학교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공간이기에 아이 스스로 다니고 싶은 곳인지, 안전한 곳인지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호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귀한 자녀를 맡기는 공간이 어떤지 PC로만 살펴봐서 알 수 있을까.  어떤 선생님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아이를 보살피고 있는지 모바일 검색 자료만으로 신뢰할수 있을지 반문하고 싶다.

그렇게 센터를 방문해 일주일 혹은 열흘 남짓 센터를 이용해본 후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어떤 친구나 형, 언니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스스로 입소신청서를 작성하고 입소절차를 진행했다. 물론 4~5년 전까지의 이야기다.

지금은 행정절차 상 돌봄서비스 신청서를 먼저 작성하고, 시청에서 승인 절차가 떨어진 후에나 아이들은 센터룰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돌봄서비스 신청서 작성 이전에 아이와 함께 보호자의 방문을 필수로 요청하고 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서는 가정방문을 통해서라도 이 원칙은 철저히 지키려고 하고 있다.

온종일 돌봄 원스톱 서비스가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정부서비스 제공 방식을 혁신한 사례’라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에 동의할 수 없는 건 아이는 여행 가면서 맡겨두는 짐 같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잠시 맡겨둘 곳을 찾을 때도 직접 방문하여 살펴보고 이것저것 따져묻는게 당연한 절차다. 하물며 귀한 내 아이가 이용할 곳인데, 당연히 구석구석 살피고 이런저런 질문으로 얘기도 나눠보고 결정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정부가 발표한 ‘온종일 원스톱 서비스 추진계획’은 행정이 관리하기 좋은 방식으로의 통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좀 더 아이를 중심에 놓고 다시 논의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