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여자관,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
태화여자관,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
  •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2.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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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태화여자관 직원사진 @기독교타임즈 정택은
1920년대 태화여자관 직원사진 @기독교타임즈 정택은

사회복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토인비홀(Toynbee Hall)은 캐넌 새뮤얼 오거스터스 바네트(Barnett)가 1884년 영국 이스트런던에 세운 선구적인 인보관이다. 바네트는 휴일에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학생들을 화이트채플의 가난한 노동자 거주지로 불러 사회상황을 배우게 했다.

그는 모금한 돈으로 세인트유다 교회 옆에 집을 사서 개조한 뒤 동료들과 함께 지역생활에 참여하여 성인교육의 개발, 사회자료 수집, 지역의 사회적 환경과 산업환경 개선 등을 하였다. 당시 열심히 활동하다 죽은 사회개혁가 아널드 토인비(1852~1983)의 이름을 따서 토인비홀이라 했다. 이 곳은 시민상담소, 무료 법률상담, 병든 아동의 보호, 알코올 중독자 구제, 노인복지사업과 주민을 위한 극장 운영 등을 하고 있다.

토인비홀을 견학한 제인 애덤스와 엘런 게이츠 스타는 1889년 미국 시카고 사우스홀스테드가 낡은 집을 빌려 헐하우스(Hull House)를 운영했다. 두 사람은 헐 저택의 일부를 임대할 돈을 모은 뒤 빈민들을 돕기 시작했다. 처음 유치원으로 문을 열었으나 일일보육원과 유아보호센터로 확장되었고, 야간학교 외에도 중등과정과 대학과정을 개설했다. 이후 기부금으로 건물을 추가 구입하여 체육관·사교클럽·협동조합·상점·운동장 등을 갖추었다. 헐 하우스의 회원들은 주(州)의 아동노동법과 소년심리원·소년보호기구의 창설, 여성참정권 운동과 세계평화운동에도 기여했다. 제인 애덤스는 1931년에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한국 사회복지사들은 대부분 토인비홀과 헐하우스를 알고 있다. 130여년 전 영국과 미국에서 설립된 기관이지만, 대학교에서 배우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복지관의 역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국사회복지관협회는 1906년 원산 인보관운동에서 사회복지관사업의 태동을 찾고, 1921년 서울에 새워진 태화여자관을 최초 사회복지관으로 본다.

1906년 미국 감리교 여선교사인 놀스(Knowles)가 원산에 ‘반열방(班列房)’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의 계몽운동을 펼친 것을 인보관의 시작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이는 가타야마 신이 토인비홀에서 배운 인보사업을 하기 위해 1897년 일본 간다에 킹스레이홀을 설립한 것보다 9년 늦다. 여러 나라 선교사들이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위해 고아 구호, 학교 설립, 진료소 운영 등을 활발하게 했다. 반열방이나 태화여자관은 기독교 선교활동의 하나로 채택된 복지사업의 근거지이었다.

미국감리교선교부는 1921년 4월 4일 서울에 태화여자관을 설립하고, 이후 개성, 춘천, 공주 등에도 여자관을 설립하였다. 당시 보편적인 인보관인 태화여자관은 여선교사인 마이어스(Mamie D. Myers, 마의수)가 뉴욕의 감리교선교본부에 청원하여 명월관 소유인 태화관에 세워졌다. 태화여자관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육, 가정방문상담, 가정위생과 생활개선사업을 하고 부수적으로 아동건강과 영양사업을 하였다. 여선교사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태화(泰和)여자관이 조선을 대표하는 요릿집인 태화관(太華館)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종로구 인사동에 있던 이 집은 조선의 24대 왕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가 살아 순화궁(順和宮)으로 불렸는데, 1908년 이완용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이완용 조카 한상룡에 따르면 이완용과 아들 이항구 셋이서 당구를 치는데,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방문 앞 아름드리 고목에 벼락이 떨어져 둘로 갈라졌다고 한다.

이 일로 “이완용이 천벌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완용은 이 집을 떠났고, 1915년 경부터 여관 겸 식당인 태화관으로 활용되었다.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에 태화관 2층 맨 끝방에서 33인의 민족대표가 3·1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축하연을 열었다. 이 사건으로 태화관은 문을 닫게 되었고, 빈집은 태화여자관으로 바뀌었다. 태화여자관은 이후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으로 바뀐다. 태화여자관이 있던 자리에 새워진 태화빌딩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담고 있다.

참고서적과 자료
제인 애덤스, 심재관 옮김, 헐하우스에서 20년, 지식의 숲(넥서스), 2008.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http://www.taiwha.or.kr
토인비홀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22t3155a
헐하우스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25h0339a
http://cafe.daum.net/poongsooculture/GbER/14?q=%B8%ED%BF%F9%B0%FC%2B%C8%B2%C5%E4%C7%F6&r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