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이케아보다 커버린 '장애인 직장' 찾아주는 회사
볼보·이케아보다 커버린 '장애인 직장' 찾아주는 회사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19.12.0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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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건 소비이고, 이를 제공하는 건 기업이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의 활동으로 우리의 삶은 부유해졌다. 그러나 기업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동안 발생한 사회문제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환경은 파괴되고 자원은 고갈됐다. 빈곤의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창출하던 시대가 끝났다. 이에 뉴스1은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 시대적 요구에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스웨덴 알란다 국제공항의 통로에 '삼할' 로고가 붙여진 청소 카트가 놓여있다. © 뉴스1


(스톡홀름=뉴스1) 문창석 기자 = "좋은 기사인가요, 나쁜 기사인가요?" 지난달 11일 스웨덴 알란다 국제공항. 기자가 일을 하는 한 청소 노동자에게 '당신의 회사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인터뷰를 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하자 그가 웃으며 되물었다.

'좋은 기사'라고 답하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긴, 나쁘게 쓰는 게 더 어렵겠죠. 그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당신은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환한 얼굴로 자신의 회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노벨상을 받는 건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소속된 '삼할(Samhall)'은 장애인 고용을 위해 스웨덴 정부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장애인을 고용해 양성한 뒤, 노동력이 필요한 기업들과 연결해주는 인력 파견 등 업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숫자는 2만4000여명으로 스웨덴 기업 중 1위다. 자국 내 직원 수만 놓고 보면 다국적 기업인 볼보·이케아보다도 규모가 크다.

이 때문에 스웨덴의 높은 장애인 고용률은 삼할을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스웨덴의 장애인 고용률(15~64세)은 66.2%로 조사 대상 중 최상위권이다. 한국은 49.0%로 중간 수준이다.

 

 

 

 

 

2018년 말 기준 전세계 주요국 장애인 고용률(%). 스웨덴은 66.2%로 최상위권에 위치해있다(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제공). © 뉴스1

 

 


언뜻 보면 큰 격차는 아니지만, 국가별로 장애인에 대한 정의와 장애 인정 범위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장애인 출현율(12.8%)은 한국(5.4%)보다 2배 이상 높다. 상대적인 장애인 수가 한국보다 많은데도 더 많이 고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 없는 스웨덴, 고용률은 한국 앞질러

스웨덴은 한국처럼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가 없다. 그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인식해서다. 그래서 스웨덴의 장애인들은 한국의 고용센터와 비슷한 국가노동시장위원회(AMS)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찾는다. 이런 장애인 고용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삼할로 오게 된다. 노동시장에서의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삼할에는 이들과 실제 직업을 이어주는 매칭 시스템이 있다. 우선 개인의 능력을 읽기·쓰기·계산·문제해결력 등 16개 분야로 나눠 파악하고, 일반적인 장애인들이 근무하는 6개 분야 24개 직업 중 어느 것이 그 사람의 능력에 가장 맞는지 찾는다. 보통 시설관리, 소매, 물류, 제조, 돌봄서비스, 청소·세탁 등의 일을 한다. 이후 관련 기본교육을 진행하고 해당 직군에서 필요 인력을 요청하는 기업에 보내준다. 이후 취직한 장애인 수에 비례해 정부로부터 일부 지원금을 받는다.

장애가 심한 사람도 취직할 수 있다. 삼할은 지적장애나 복합장애를 가진 이들을 매년 40% 이상 우선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반 노동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 장치도 있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스웨덴 스톡홀름 삼할 본사에서 알빈 포크머 삼할 홍보 부문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렇게 삼할에 새로 취직한 장애인이 지난해에만 8246명이다. 알빈 포크머 삼할 홍보 부문장은 "장애인이 삼할에 올 때, 이전 기관에선 이 사람이 어떤 장애가 있는지 두툼한 서류에 정리해 보내준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런 건 상관하지 않는다. 일단 오면 일을 줄 수 있다. 무슨 장애가 있는지 보지 않고, 장애인과 마주 앉아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찾는 것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삼할에 취직한 이후에 있다. 삼할은 매년 자사 직원의 1500명 정도를 일반 사기업에 취직시키는 것을 중요한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애인이 직업 교육을 거쳐 정규 직업을 갖게 하는 게 삼할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렇게 삼할을 떠나 일반 기업에 취직한 장애인은 삼할이 설립된 1980년 전체 직원의 1%대였지만 매년 증가해 2017년에는 6% 후반대까지 늘어났다. 삼할에서 퇴직했다가 적응하지 못해 일자리를 잃어도 괜찮다. 기존 직원이었다면 다시 입사해 재교육과 삼할에서 주선하는 일자리를 받을 수 있다.

 

 

 

 

 

 

 

1980~2017년 삼할 직원 중 일반 사기업 정규직으로 채용돼 이직한 비율.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삼할 제공) © 뉴스1

 

 


◇장애인 고용 사회·기업에 이익…최태원 회장의 용기있는 시도

이런 사회적 가치의 추진은 경제적 성공과도 어긋나지 않는다. 삼할은 매년 7% 이상의 수익률과 30%의 지급능력 유지 등의 목표를 지키고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 가장 큰 국영기업으로, 지난해 8억6500만유로(약 1조12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유럽에서 가장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한국의 고용 시장은 아웃소싱이 주류인 스웨덴과 다르기에 당장 삼할 모델을 따르는 건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국내에서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등 용기 있는 시도가 나오고 있지만, 경직된 고용시장으로 인해 다수 기업이 동참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장애인이 단순 작업 위주의 한정된 산업 분야에 지원해 그들끼리 경쟁한 후 채용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장애인이 무엇을 잘하는지 능력을 세분화해 그에 맞는 직업을 찾아주는 삼할의 방식은 지금 한국의 고용시장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삼할은 장애인 고용의 확대가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익, 사회의 발전과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포크머 부문장은 "만약 장애인들이 취직을 못 해 외부와 고립된다면 결국 사회와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짐이 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장애인 고용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스웨덴 알란다 국제공항에서 삼할 소속 노동자들이 청소 업무를 하고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