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慣性)의 늪에 빠진 사회복지조직
관성(慣性)의 늪에 빠진 사회복지조직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04.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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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뜨끔한 글을 하나 읽었다.

공무원조직과 사회복지조직만이 1년을 단위로 사업계획을 짜고 그것에 기초해서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실천한다고 꼬집은 글이었다. 1년이면 별 일이 다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인데도 1년이라는 긴 세월동안의 계획을 미리 세우고, 오로지 그것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나태한 조직이라는 것이 그 글의 핵심이었다.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회복지조직이 사업계획서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게으르고 무감각한 조직이라고 몰아붙인 내용은 다소 과장이 있다.
아침부터 머리를 싸매고 오늘의 최선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날마다 직면하는 현실이다. 적은 예산과 모자라는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을 수행하는 것도 우리가 날마다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조직이 공무원조직만큼 ‘굳어 있는 조직’이라는 진단을 완강하게 부인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돈을 지원받아서 움직이는 조직이다 보니 거의 모든 행정양식이나 재정운용체계가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모방해서 사용한다. 결재의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그램의 진행이나 사업의 운영에도 ‘관성의 늪’은 깊고도 넓다.
해오던 방식대로, 익숙하고 편리한 방식대로 진행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긴다. 실제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내용이나 방식이 열정적이고 창의적이고 진정으로 지역주민 친화적인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부분이 적지 않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언제부터인가 계획에 없는 일을 한 번 해보자고 하면 위아래를 불문하고 입을 모아서 난색을 표하는 것이 요즘의 사회복지조직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그보다 더 오래 근무한 직원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괴이한 근무양태’를 보인다는 한탄도 많이 들었다.

사회복지조직을 사업계획서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단언한 말은 분명히 어폐(語弊)가 있다.

그러나 속 쓰린 지적에 담긴 ‘성찰의 씨앗’을 찾아내려는 자세가 더없이 필요한 때인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