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합창단의 공연 참관 후기
어떤 합창단의 공연 참관 후기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12.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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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는 합창공연을 보았다. 장애청소년들이 들려준 합창이다.

그런데 합창이 시작되자마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노래가 만드는 세상’이라는 곡이었는데, 왠지 모를 눈물이 주르륵 흐른 이후, 멈추지를 않았다. 옆에 앉아 있는 분이 이야기를 걸어왔는데도 줄곧 앞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닦아내기도 민망해서 어찌하지 못하는 시간이 지나고 난 후 합창이 끝났다.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충분히 그럴만했다.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박수를 치면서 간혹 눈물을 훔쳐냈다.

합창단의 이름은 ‘수시아 합창단’이다. 대전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가 만든 합창단이다. 장애인들의 행사라서 축하 인사를 하러갔다가 천사들이 사는 세상을 보았다. 등장하는 것 자체가 힘에 부친 단원이 있었다. 일부 단원은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단원도 있었다.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고 두리번거리다가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단원도 있었다. 그런데 피아노 전주가 시작되고 지휘자의 사인이 나자마자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감동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사실, 화음이 잘 맞은 합창은 아니었다. 아니 맞을 수가 없었다. 온갖 장애유형이 망라된 합창단이어서 처음부터 화음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수시아 합창단의 합창은 환상의 하모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단원의 얼굴은 광채가 날 정도로 밝고 맑았다.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자기역할을 하려고 애쓰는 소년단원은 기쁨으로 충만한 얼굴이었다. 객석에서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화음을 거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이미 지상의 소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재능기부로 수시아 합창단과 함께 한 청순한 소녀 4명의 역할도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비(非) 장애 청소년의 조용하면서도 매끄러운 역할은 합창단이 제 모양을 유지하게 만들었고, 간혹 어그러진 소리를 제 자리로 돌려세우는 역할도 담당했다. 합창단이 입장하고 퇴장을 할 때도 장애청소년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극한 자세로 돌보았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합창을 듣기도 하고 따라 부르기도 하는 동안 슬프고 아리고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했지만, 오랜만에 덩치 큰 행복감을 느꼈다. 그간에 보았던 어느 합창단의 공연보다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공연이었다.

그날, 다소 불편한 몸으로 나타난 예수님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