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조직화 사업평가와 지역의 문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주민조직화 사업평가와 지역의 문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김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1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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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기관이 이제 막 주민조직화나 마을활동을 시작했더라도 복지관 일정에 따라 연말에 평가를 합니다. 또는 지원사업을 받아 지원기간동안의 성과를 나타내야 하기도 하죠.

그럴때면 아마 실무자들은 주민활동을 실적화 하거나 양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1년동안의 성과를 꼭 양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과 얼마나 자주 만났는지, 관계의 질은 어떻게 변화 했는지를 성과지표로 만들어 측정해 보면 어떨까요.

단순히 양적평가나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실무자는 조급해지고 주민들과의 만남에 신경쓰기 보다 평가를 위한 실적 채우기로 주민들을 이용(?)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실무자의 눈에는 문제라고 보이는 것들이 주민들은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문제가 없는양 생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그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지요.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 정말 그것이 문제가 맞는지, 맞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복지기관들에서 고민하는 조직화사업 평가에 대해 그리고 어떤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주민들과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어 보았습니다.

주민들이 함께 만든 도시락
주민들이 함께 만든 도시락

 

문: 1년 동안 공동체밥상으로 지역조직화 사업 시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지역사회 내 다양한 경로당 사업들과 차별성 있는 조직화 사업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요?

답:  지역조직화를 위해 공동체밥상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접근한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공동체밥상을 구실로 주민들을 만나고 주민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하지만 1년 정도의 짧은 시간이기에 이를 통해 주민조직화로 나아가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공동체밥상을 구실로 주민들이 만나는 것이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 졌다면, 그것 이외에 지역의, 주민들의 필요에 의한 무언가가 개발하고, 그것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범위 확장이 필요해 보입니다.

1년 동안 사업을 하며 여러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대로 아직 시간이 그리 길게 지난 것은 아니기에 성급하게 주민조직화 사업의 성패를 판단하거나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조급해하거나 지금 방향이 맞나? 라는 생각보다 더 나은 공동체, 그리고 주민조직화를 통한 주민자치가 이루어 지려면 어떠한 접근이 필요할지 생각해 보시고,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기존의 경로당 사업들과 차별성을 갖출 수 있을겁니다. 어떤 사업을 통해 차별성을 갖추기 보다, 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주민 참여의 과정, 방법론의 차별화를 꾀하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이 문제라 생각하는 천변 쓰레기 청소
주민들이 문제라 생각하는 천변 쓰레기 청소

 

문:  지역조직화를 위한 문제를 찾고 조직을 구성해야하는데 마을에서 어려움은 있으나, 주민들은 어려운 부분에 대해 포기하고 스스로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을에 문제점에 대해 직시할 수 있는 방법, 마을에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을 응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답:  마을의 문제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이며, 누구의 시각인지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문제가 있고, 주민들이 불편한데 주민들의 눈에는 그것이 일상화 되어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담당자가 문제라고 생각한 이유와 방법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주민들께 설명 드리고 여쭙는 과정을 통해 서로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복지관의 입장에서 또는 실무자가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무자가 문제를 판단할 때,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문제로 인식했는지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표면적인 것이 아닌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봤을 때 진정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도, 주민들의 여건과 처지상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나서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그 상황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주민들께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지관의 입장과 실무자의 입장이 아닌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편을 들어 주는 것이, 주민들께 좀 더 다가가고 그들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일 것입니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이제까지 잘 살아 오셨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문제가 아닌 강점 중심으로 바라보고 작은 것이라도 주민들이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함께 해나가다 보면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쌓여 큰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들도 해결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마련되지 않을까요?

물론 농촌마을 주민들이 연세가 많아 그 시간까지 기다리고 함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관에서 주민조직화를 하는 이유와 그분들의 삶을 함께 고려하여 우리가 지원 가능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 원고는 전라북도지역의 복지기관에서 지역조직화와 관련하여 자문 요청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기관에는 사전 양해를 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