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평가, 안주하느냐 따라가느냐 모색하느냐
사회복지시설 평가, 안주하느냐 따라가느냐 모색하느냐
  • 양원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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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성과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평가라해도 성과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어야 비로소 존재할 이유가 있다. 만약 성과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그것이 평가라해도 과감히 정리하거나 수정해야 마땅하다. 평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기 떄문이다.

@한사협
@한사협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이후 GE)의 잭 웰치는 '성과보상제도'를 도입한다. 연초 성과목표를 설정한 후 연말에는 결과 중심으로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 결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등급을 나눈 후 상위에겐 인센티브를, 하위 10%는 해고(불이익)하는 평가제도다.

GE은 이후 큰 성공을 이루었고, GE의 성공을 확인한 다른 영리 또한 성과보상방식을 빠르게 도입하였다. 비영리 또한 성과보상방식을 매력적으로 보았고 적극 도입하였다. 이로써 비영리에도 성과 중심, 수치 중심, 결과 중심, 경쟁 중심(상대평가), 상벌 중심(인센티브, 처벌) 등이 표준이 되었다. 성과를 관리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이런 흐름은 멀리 떨어진 한국 사회복지기관시설(이후 복지기관)에도 거세게 몰려왔다. 마침내 1999년, 한국 복지기관은 성과보상방식의 평가제도를 도입하였다. 잭 웰치가 GE에 성과보상제도를 도입한지 약 18년 후의 일이었다.

이로써 한국 복지기관은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성과, 수치, 결과, 경쟁(상대), 상벌(인센티브, 처벌) 등의 평가를 받아왔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현 성과보상평가방식이 마치 표준인 것처럼 인식이 고착되었다. 변화를 요구하면, 이것이 최선이니 오히려 부정만 하지 말고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반론이 나올만큼 상식화 고착화 되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 성과보상방식도 영리에서 도입한지 약 40년 밖에 되지 않는 평가방식이다. 당시에 새롭게 도입한 평가방식이라는 뜻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또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제도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성과보상방식을 도입했던 GE와 여타 영리기업의 현재는 어떠할까?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 성과보상방식을 버렸다. 포토샵 PDF로 유명한 어도비는 2012년에 버렸다. 이후 많은 영리기업이 버렸다. 마침내 2015년 성과보상방식을 도입했던 당사자였던 GE마저 버렸다.

불확실성과 복잡한 환경에서는 상호소통과 협업에 따른 유연하고 자율적 대처가 중요한데, 이런 환경 변화에 성과보상방식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영리는 평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2019년 12월 20일, 한국사회복지시설 평가제도 개선 세미나가 국회에서 열렸다. 과정을 평가하면 어떠할지, 상시적으로 평가하면 어떠할지, 질적으로 평가하면 어떠할지 등 부분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흐름이 엿보였다. 공고했던 기존 성과보상방식의 고착적 사고에 조금씩 의심이 싹트고 균열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몇 년 전, 성과보상방식의 틀이 표준이라는 신화에 따라 문제제기에 어떻게든 방어만 하려했던 태도와 비교하면 분명 틈이 보인다.

하지만 목표를 정해서 결과를 수치화하여 상대평가로 등급화하고 등급에 따라 상벌을 주는 성과보상방식의 기저 패러다임은 여전히 공고하다.

그렇다면 한국 복지기관은 언제쯤 주창자 스스로 버린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게 될까?
1981년 영리의 평가방식이 약 18년 뒤늦은 1999년 한국 복지기관에 도입되었다. 단순무식하게 계산하면, 도입하는데 약 18년 격차가 있었으니, 영리가 성과보상방식을 버리기 시작한 2012년부터 약 18년이 지나는 2030년 즈음이 아닐까.

물론, 지금까지처럼 따라만 간다면 2030년일 것이고, 안주한다면 2030년보다 한참 지나서일 것이고, 주체로서 적극 모색한다면 2030년 이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30년. 멀어보이지만 그리 멀지도 않은 시기다. 3년 주기 평가를 앞으로 3번 정도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이다. 과연 앞으로 한국 복지기관은 따라갈까 안주할까 모색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