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시절을 사는 지혜
말 많은 시절을 사는 지혜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1.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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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윤석렬 검찰총장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을 올리자마자 다양한 의견이 들려왔다. 어찌 그런 따위의 글을 써서 검찰의 노력에 찬 물을 끼얹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 글을 쓰려면 더 화끈하고 강력하게 써야지 너무 밋밋하다고 아쉬워하는 분, 대전의 민간 사회복지계를 대표하는 사람이 무슨 정치적인 글을 그렇게 선동적으로 쓰느냐고 훈계의 말씀을 주신 분, 공감 만땅이라면서 적극적으로 격려해 주신 분 등 정말 생각하지 못한 통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간의 글들에 비하면 정치적 입장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글이고, 특정 정당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현 정치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 반응이 유별났던 것 같다. 그런데 보수적인 언론이나 유투버들은 대통령에게도 쌍욕을 하거나 조롱 일변도의 논평을 해대는 판이어서 그깟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이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져 논란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검찰총장의 행태가 어린애들 널뛰는 것처럼 불안정한 모양이어서 한 마디 한 것인데, 그것이 마치 자신을 욕하기라도 한 것처럼 격하게 반응한 일부 의견은 다소 의아했다.

글머리에서 잠깐 언급하기도 했지만, 무한공감과 더 높은 수위의 글이 필요하다는 분도 많았다. 정부부처는 물론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공간에 이르기까지 마구잡이로 훑고 다니는 것은 전무후무한 사례이고, ‘기-승-전-조국’으로 이어지는 의혹과 혐의 흘리기도 도무지 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검찰이 국정농단에 직접 나선 것이 아니냐면서 질타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대통령이 직권으로 검찰총장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었다.

아무튼 글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였다. 한쪽은 윤석렬 검찰총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쪽은 윤석렬 검찰총장이 배은망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의 입장은 여러 번 밝힌 바 있어서 생략하겠지만, 전자의 입장을 가진 분들도 나름대로 일정한 배경이나 신념을 담고 있는 의견들이어서 틀렸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정중하게 새겨 듣겠다는 말씀과 함께 더 배우겠다고 했다.

말 많은 시절을 살고 있다. 특히 총선이 10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당연히 상반된 입장의 말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 다른 입장들의 합리성이나 객관성 여부와는 별개로 감정적 대응은 절대 금물이다.

자신의 평가나 기준만을 강변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함께 살려면 서로 존중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은 옹골지게 주장하되, 다른 의견도 그만큼 존중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