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민법상 성년후견제도, 장애인 결정권 침해 안해"
헌재 "민법상 성년후견제도, 장애인 결정권 침해 안해"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0.01.1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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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성년후견을 받는 당사자뿐 아니라 배우자 등 다른 사람에게도 성년후견개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현행 민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법률행위를 돕기 위해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로, 민법상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대신해 2013년 7월부터 시행됐다.

헌재는 A씨가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자로 본인과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규정한 민법 9조1항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헌재는 후견받을 사람의 정신상태를 의사에게 감정받도록 하고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다면 이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의식불명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후견받을 사람의 진술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도록 한 가사소송법 조항에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을 상대로 본인 아닌 다른 사람도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에게 포괄적인 대리권한을 부여하며 당사자의 모든 법률적 권한을 박탈해 의사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헌재는 "청구권을 본인에게만 부여하면 본인의 판단능력 제약이나 타인에 의한 의사 왜곡으로 실질적 권익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고, 민법과 가사소송법엔 혹시라도 본인의 진정한 의사와 이익에 반해 성년후견이 이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며 자기결정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신상태를 의사에게 감정받게 한 것도 "후견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함과 동시에 후견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 제한되는 기본권에 비해 달성되는 '본인 보호'란 법익이 더욱 중대하다"고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진술청취 예외 조항에 관해선 "성년후견을 받을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부당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있고, 예외 인정으로 성년후견을 받는 사람이 입는 불이익은 미미하다"면서 합헌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객관적 관점에서 보기에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도 자기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며 "성년후견개시 요건 및 절차는 제도적 목적에 비춰 필요한 범위에서 엄격하게 해석·적용돼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질병, 장애, 노령 자체가 반드시 성년후견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고, 당사자 의사결정이 중요한 만큼 의사의 정신감정과 진술절차를 쉽게 생략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 재판관은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본인 아닌 다른 사람도 청구할 수 있게 한 부분은 의사결정권을 침해한다며 "과잉청구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고, 청구권자 범위는 가능한한 축소돼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