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나눔사업 명칭, "이제는 바꾸자"
사회복지 나눔사업 명칭, "이제는 바꾸자"
  • 이경국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2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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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주는 사람들 관점서 도움 아냐
수혜대상자 낙인 막고, 자존감 유지할 수 있는 명칭 사용해야

매년 10월~12월 사이에 가장 익숙한 사회복지키워드는 '사랑', '천사, '불우이웃' 입니다.

'사랑'은 김장김치 담그기 사업의 대표명칭이 되었고, '천사'는 매 연말만 되면 본인의 선행을 알리지 않고 보이지 않게 기부금을 전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또 '불우이웃'은 지역주민들, 단체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바자회를 하거나 장터를 운영할때, 또는 모금활동을 할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되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분명히 이야기 해 두지만 필자는 이 세 단어의 뜻을 가볍게 여기거나 이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폄훼하려는 의도에서 쓴 글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왠지 '수혜를 받는 우리 이웃들을 우리가 동등하게 바라본다라는 느낌'이 있다거나, 수혜 당사자 욕구에 근거한 것이 아닌 '수혜 당사자에게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느낌'을 줄 수 있고, 귀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역설적 위화감을 조성(후원하는 사람들이 천사라면 후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존재인가?)하기도 하고, 수혜 당사자를 차별하고 낙인하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사랑ㆍ천사ㆍ불우이웃'이 상징하는 긍정과 파급력도 무시할순 없죠.

하지만 명칭이란게 명확한 철학없이 '그냥 느낌이 좋다'라는 이유로 지었다가는 단기 성과는 거둘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인식을 왜곡할 우려가 있기에 방향과 의의를 담고, 나눔에 대한 바람직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명칭을 정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나눔의 역사 속에서 가장 뇌리에 박힌건 쌀, 라면, 옷, 성금, 연탄, 도배장판 등 입니다.
지난 30여 년간 이 나눔의 키워드들은 연말만 되면 익숙하게 생각하고, 전국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만, 이제는 좀 더 거시적이고 다양한 나눔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의 욕구는 무한합니다.
사회복지적 나눔의 명칭과 콘셉트, 그리고 나눔의 분야 및 종류도 이젠 그 무한한 욕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인간의 자존심, 인권 등도 깊이 생각해 줄 수 있는 사회복지 나눔이어야 합니다.

누구도 어려운 일에 처하기를 원하지 않았으며, 누구도 가난해지려 발버둥치지도 않았습니다.

이경국 사회복지실천과교육연구소 소장
이경국 사회복지실천과교육연구소 소장

사회복지라는 이름으로 우리 주위의 이웃에게 도움을 줄때 그 기준이 '도움'보다 '자활', '자립'에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과 수혜를 받는 사람이 만족하는 복지일 것입니다.

명칭이 나눔에 무슨 영향을 주겠냐라고 할 지 모르지만, 누구도 어렵고 빈곤하며, 힘든 것에 대해 낙인받거나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2020년부터는 사회복지 나눔과 관련한 명칭을 바꿔보는건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