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와 사회복지 핵심 키워드
‘총,균,쇠’와 사회복지 핵심 키워드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1.28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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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총,균,쇠’를 읽었다.
정독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바르게 읽으려고 애썼다. 워낙에 두꺼운 책이어서 한 번에 읽어내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인류의 명암을 몇 가지 키워드로 풀어내는 지적능력을 만나게 되었다. 더구나 특정년도를 명시해 가면서 사건의 흐름과 인류역사의 진행과정을 풀어내는 데는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감탄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두꺼운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은 무례에 가깝다. 그래도 책을 읽었을 때의 감탄과 감동을 어떤 형태로든지 마음에 담아두어야 하겠기에 소감을 몇 자 적으려고 한다.

책을 이미 읽은 분들이 계시다면 양해를 부탁드린다. 책을 본 느낌이 상이할 수 있고, 책에서 얻은 깨달음의 꼭지도 서로 다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무기와 세균과 금속이 인류를 어떻게 진화시켜왔으며, 그 이외에 언급한 정치체계의 형성과정과 어처구니없는 판단미숙 그리고 식량의 문제와 토지를 독점한 결과들이 어떤 양상을 야기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다른 입장이 없을 것이기에 생략하려고 한다.

이 책의 감동은 특정한 키워드로 세상을 읽어낸 탁견이다.
저자는 오랜 고뇌와 연구 그리고 조사를 바탕으로 발견해 낸 단어들이지만, 그렇게 명쾌하게 인류의 발달과정을 압축한 것은 경이로운 일에 가깝다.

몇 자루의 총이 실로 짠 갑옷을 입은 원주민을 궤멸시킨 비극으로부터 면역성이 전무하다시피 한 원주민에게 전염된 천연두 등의 병균으로 장대한 문화가 주저앉아 버리는 참상을 서술해냈다. 특히 한글을 뛰어난 문제체계로 극찬한 부분과 후반부에 등장하는 특이한 개인의 영향력을 주목한 것도 이채로웠다. 식량과 문자체계 그리고 인구밀도 등의 환경과 상황이 어떻게 인류의 생존을 규정해 왔는지를 나름의 근거와 함께 제시한 것도 놀라웠다. 일본의 폐쇄성과 중국의 좌절 등을 언급한 부분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첫 번째 생각은 저자의 키워드 추출능력과 그것을 설명해 내는 과학적인 태도였다.

두 번째 생각은 그렇다면 사회복지계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합의된 키워드가 있다면 명쾌한 분석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의 마련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세 번째는 그러기 위해서 자료의 축적과 해석능력을 키우는 일이 필요할 뿐만이 아니라 공론화의 시점과 환경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뒤늦은 독서였지만, 정말 고마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