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외면 '장애인 감염대책'…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
박근혜정부 외면 '장애인 감염대책'…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0.0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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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취약 계층인 장애인들에 대한 방역 대책을 만들라는 장애인 단체의 요구와 법원의 지시에 4년째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단체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방역 조치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던 장애인들이 있었던 만큼 관련된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차연)는 메르스 사태 당시 일부 장애인이 활동지원사의 지원를 받지 못한 사건에 대한 소송에서 법원이 보건복지부에 '장애인 위기대응 가이드라인 제작을 협의하라'고 조정을 명령했지만 소송 제기 4년째 장애인 감염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5일 밝혔다.

당시 뇌병변장애 1급의 A씨는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자가격리 대상으로 통보받았고, 격리돼 있는 14일동안 활동보조를 받지 못했다. 지체장애 2급의 독거 장애인이었던 B씨는 자가 격리 대상은 아니었지만 메르스의 전파 우려로 활동보조인력을 연결받지 못해 결국 스스로 병원 입원을 선택해야 했다.

장애인 활동보조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목욕, 대소변의 개인적 신변처리부터 가사 지원, 이동 보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A씨와 B씨는 감염병 차단을 위한 격리조치 과정에서 활동보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차별을 받았고 생존권을 위협받았다며 지난 2016년 10월 장애인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정부를 상대로 감염병 대응관리에 대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고 측은 정부가 감염병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장애를 고려한 지침과 매뉴얼을 갖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법원 또한 정부 측에 장애를 고려한 감염병 기본 계획 및 표준 매뉴얼을 제작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의 요구에도 2018년 초 조정과정에서 관계부처인 복지부는 조정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이에 법원은 강제조정안을 제시했다.

 

 

 

 

 

 

 


법원은 조정안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감염 취약계층의 특수성을 반영한 감염 관리 인프라 구축 및 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재난 및 장애인의 특수성에 관한 전문성을 보유한 복지부 담당자, 장애인단체, 질병관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복지부 장관 산하에 설치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강제조정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며 거부했고 조정 과정이 중단되면서 2018년 6월 재판이 재개됐다.

재판이 다시 시작된 뒤에도 장애인 단체와 원고 측은 정부와 합의해 장애인 감염 대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쌍방이 합의를 할 수 도록 변론기일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복지부는 협의를 위한 대화에 합의했음에도 2018년 이후 논의의 장으로 나오라는 원고 측의 요구를 계속해 무시하고 있다.

장차연 등 장애인 단체는 지난해만 3차례에 걸쳐 '감염병 관련 장애인 위기대응 가이드라인 협의 요청 공문'을 복지부에 보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원고 측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 측도 복지부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판은 계속해 연기되고 있다. 장차연은 "무리한 요구를 전제하지 않은 조정안을 제기하였음에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복지부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계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쪽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너무 높아 합의에 이를 수 없었다"라며 "계속해서 추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보조지원과 관련한 복지부 담당자는 "현재 감염병이 발생하면 예외적으로 가족에 의한 활동 보조에 대해서도 활동급여를 인정하고 있다"라며 "만약 그분들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월에 이용할 수 있는 활동 보조 시간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담당자의 해명에 대해서 이승헌 장차연 활동가는 "감염병 대책으로 가족의 활동보조를 인정한다는 등에 대응방안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