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새 것이 움튼다
버려야 새 것이 움튼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04.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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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목사의 은퇴와 그와 관련된 어록(語錄)들이 잔잔한 화제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대형교회라고 분류됨직한 규모의 교회를 목회하다가 정년이 되자 아무런 예식도 없이 그냥 교회를 떠났다. 은퇴 후에 거처할 곳도 스스로 마련했고, 은퇴에 따라 관행적으로 지급되던 일체의 재정적 지원도 거부한 채 거창으로 떠나버렸다.

그는 ‘버림’을 강조했다. 특별히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내버리라는 말을 교인들에게 남겼다.
자신에 대한 기억이 교인들의 신앙성장에 방해가 되거나 후임 목회자의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버리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버리라는 말은 잊으라는 말보다도 강한 어감(語感)을 품고 있다. 기억에서 지우라는 뜻보다도 흔적 자체를 없애버리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이 버림을 몸소 실천했다.
일반적인 경우, 자신의 수고를 기억해 달라고 할만도 한데 오히려 그것들을 다 버린 것이다. 교회를 담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수많은 관계들을 다듬어서 큰 교회로 성장시켰기 때문에 자신의 업적을 어떤 형태로라도 남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런데 그간의 공적에 대해 일말의 언급이나 미련도 없이 때가 되자 그 교회를 나와 버린 것이다.

어느 영역이든지 물려주고, 지키고, 유지하려는 것이 일반적이다. 털끝만한 작은 이익이라도 끝까지 끌어안고 내주지 않으려는 사례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가. 자식들에게 알량한 자리를 물려주려다가 화를 자초한 일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얼마 전에는 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 준 일 때문에 그 교회가 속한 교단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었다. 그 소동은 아직도 진행 중인데, 이런 일들 때문에 분열과 갈등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버림’은 사회복지계에도 필요하다.
갑자기 자리를 내려놓고 우리 모두가 거창으로 내려 갈 이유는 없지만, 서푼어치도 안 되는 것에 똬리를 틀고 앉아서 새로운 시대를 가로막는 생각과 행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버려야 새 것이 움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