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기관 직원채용, 이렇게 진행해봐요
사회복지기관 직원채용, 이렇게 진행해봐요
  • 대나무숲
  • 승인 2020.02.16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제 제가 있는 기관의 직원채용면접이 끝났어요!

직원 채용을 전적으로 책임감 있게 진행한 3번째였지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와 고민 들을 모두 담아 진행했어요.

먼저 첫 번째 채용 진행 때와 금번 채용진행에서 달라진 것은 일단 내가 성장하였고, 직급의 변화로 인해 나의 결정권한이 조금 더 많았으며, 나의 결정에 대한 조직의 존중이 있어 오늘의 과정과 결과가 가능하였습니다.
경력이 쌓여감이 슬픈 현실이 아니라 스스로 존중받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금번 채용에는 저를 아는분, 제가 아는 분,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분, 그리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분까지 모두 00분이 지원을 하였어요. 채용기간 중에 관계가 있는 입사지원자들과 인간적인 수준에서 연락과 가벼운 질의응답을 가지긴 했어요.  예를 들면, 입사지원을 고민하며 해 봐도 되겠냐?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당신 정도면 한 번 자격도 경력도 되니 해볼 만 하겠다 정도의 답은 하였지만, 개인적인 다짐이 철저히 공개채용의 과정을 지킬 것이기에 결과는 본인 몫임을 분명히 밝혀두었어요. 

물론, 채용 과정에서는 그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어요.(남들이 보면 은연중에 하였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러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입사지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어요.
이를테면 사회복지사 자격이 있으면 사실 학력은 담보되어 있기에 출신학교를 비롯하여 아예 학력 자체를 적지 않도록 하였어요(사회복지사 자격 소지자는 기본적으로 전문대 이상 졸업자이기에... 학점은행, 평생교육원 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 외 채용 기준에 따라 자격이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출신 학과만 기재토록 하였어요.

전문가 집단 소속으로 최소한의 연대정도를 확인하고 싶어 소속 단체의 연회비 납부여부를 확인하였는데, 필수사항은 아니라 우대조건으로 하여 채용 과정에서 최종 고민이 될 때 우선채용을 하겠다는 정도의 가점으로 조건을 내 걸었어요 그 외 종교, 출신지역, 가족과 관련된 사항을 포함한 모든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는 내용의 기재는 모두 정중히 거절하는 자기소개서를 받았어요. 그 결과 기준에 맞는 분이면 모두 면접을 보아 결정하기로 하여 면접 진행했어요.

그리고 복지분야 몇 몇 곳에서 시도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들은바가 없는 면접비 지급을 시도했어요. 
많진 않지만 1인당 2만원의 일비 개념의 면접비를 지급하였어요. 만약 조직에서 허락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라도 준비할 마음으로 채용 준비를 하였어요.

입사 지원서류는 방문과 우편으로만 접수 받았는데, 저희가 보관할 수 밖에 없는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외한 모든 서류는 면접이 끝난 뒤 면접비와 함께 원본 그대로 돌려드렸어요. 

인사담당자인 제가 대외활동을 많이 하였던 터라 입사지원을 한 피면접자들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있었기에 저 스스로가 입사지원자들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기 어려울 수 있었기에 저를 제외한 면접위원 모두의 의견이 모아진 뒤,  사실상 채용이 결정된 분에 대한 마지막 의견을 조심스럽게 꺼낸 것이 면접 당일 제가 했던 일의 전부예요. 

그 결과 1명이 채용되었습니다.
면접 안내과정과 면접 당일 직원들의 마음가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리고 저부터 평소와는 다르게 긴장을 한 상태에서 피 면접자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하였던지라, 최근에 새로 산 스타일러에 강력스팀을 돌린 양복을 꺼내입고 면접자들을 맞이했어요

그 결과 면접 결과가 통보되기도 전에 면접에 참여했던 두 명의 지인으로부터 정말 존중받는 경험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기쁜 마음으로 00분 중 1분께는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담아 합격의 문자를 보내고, 나머지 분께는 무거운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의 강점과 탈락 사유를 간략하게라도 정리하여 개별적으로 감사의 마음과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하며 탈락 통보를 하였습니다.

탈락통보를 받은 분들 대부분 분들께서 회신을 보내주셨습니다.
안타까움은 물론이거니와 면접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 채용 과정에 대한 세심한 배려, 그리고 좋은 경험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저의 마음은 더욱 무겁기도 했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사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경험이 10년 뒤, 20년 뒤 제가 일하는 지역, 그리고 한국의 사회복지현장에서의 채용 이 우리와 같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지금 남겨진 숙제는 입사지원자들이 면접 때 언급하였던 우리 기관의 부족한 점과 방향성에 대해 조직 내부적으로 고민하여, 입사준비와 면접이라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동안 우리기관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해 주신 입사지원자들의 조언을 새겨듣고 실천 해 갈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입사지원자를 맞이하면서 책상을 비롯한 사무환경을 구비하고, 컴퓨터를 새로 세팅하며 첫 출근을 하면 신규직원이 원하는 사무용품부터 구매하는 것으로 첫 출근 맞이를 준비 중입니다.

이 정도쯤 하니, 우리 기관과 스스로에게 100점은 주지 못하지만, 그 어떤 프로포절의 당선과 클라이언트의 긍정적 변화만큼이나 뿌듯함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글솜씨로 이렇게나마 공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