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봉준호! 멋지다, 봉준호!!
장하다, 봉준호! 멋지다, 봉준호!!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2.17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까지 찾아낼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그래도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봤을 때, 어쩌면 그렇게 찝찝한 느낌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또 그 사이사이에 웃음까지 집어넣었는지, 재주가 비상하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와 봉준호 감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제에서 거푸 좋은 상들을 거머쥐더니 끝내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가지 부문의 상을 쓸어 담는 쾌거를 이뤄냈다.

흔히 외국 영화들이 완성도를 자랑하는 표시로 아카데미 무슨 부문의 상을 받았다고 자랑한다. 스펙타클한 외국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해 온 일이다.

장대한 규모의 ‘벤허’나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한 ‘그린 북’ 같은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면 ‘그러려니’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감독상과 작품상을 비롯해서 몇 가지 상을 더 받았다고 하니, 도대체 이게 웬 일인지 싶기도 하다. 이제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세계 영화시장을 돌아다닐 것을 생각하니 감격적이기까지 하다.

영화가 탁월하게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어렵다는 아카데미 상의 문턱도 뛰어 넘었을 터인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러 부문의 상을 단번에 휩쓴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획기적이다. 한국 영화 100년의 축적된 결과이기도 하겠고, ‘봉준호’라는 걸출한 인물이 만들어낸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겠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이 놀라운 경사는 음울한 나라 분위기마저 한 방에 바꾸어 놓았다. 특히 그가 너스레 같은 수상소감으로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것도 예전에 보지 못하던 장면이라 기분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영화가 종합예술이라고는 하지만 각본까지 직접 쓴 봉준호 감독의 역할은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배우와 스텝에게 모든 공(功)을 돌리는 자세는 그의 인물됨을 짐작하게 한다.

조그만 일에도 자기 이름을 드러내지 못해서 안달인 세상에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앞세운 것은 감동의 무게를 훨씬 묵직하게 한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오늘의 봉준호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아서 영화인들은 못살게 굴던 무리들이 물러난 정치사회적 환경도 한 몫 했겠지만, 어디까지나 봉준호의 승리이고 봉준호가 쏘아올린 신나는 축포임에 틀림없다.

한국 영화산업의 새 품격을 일구어 낸 봉준호 감독에게 축하와 찬사와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