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상황에서 사회복지인은 무엇을 해야할까
국가재난 상황에서 사회복지인은 무엇을 해야할까
  • 승근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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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철원, 김화지역에 집중호우로 인해 가옥과 도로가 유실되고 많은 이재민이 발생된 적이 있었다. 그때 여러 구호물품들도 필요했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했던 것은 피해복구를 위한 인력이었다.

필자 역시 시간이 허락하여 생수가 든 2통의 말통을 들고 가 피해복구를 도왔다. 젊은 청년이 무슨 도움이 되었겠냐마는 어려움이 있는 곳에는 그 어떤 손이든 도움이 된다. 

대구경북에 집중된 코로나 19의 확진으로 인해 의료병상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의료인력도 부족하다. 간호장교들이 임관되자마자 투입되었고 많은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이 지원하여 그 부족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날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감당하기가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간호인력들이 간호업무 외에도 확진자들의 이동과 생활서비스를 지원하다보니 그 업무과중은 날로 더해간다. 사회복지시설 역시도 확진자가 발생되고 있고, 재가의 사회적 약자들도 도움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의료인력만으로는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의 추이는 꺾일 기세가 없다. 

이제는 의료인력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다양한 직종의 인력들이 나서야 할 시기이다. 사회복지인들에게 주어진 현 시국의 역할을 고민하여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의 역할을 예방적 차원이 아닌 선제적 차원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코로나 생활치료센터에서는 환자들의 치료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의료지원에서부터 심리지원, 생활지원, 방역 등의 밀착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환자들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하루빨리 완치될 수 있도록 의료진과 지원인력이 24시간 상주할 계획이다. 사회복지인들이 필요한 대목이다.

시설의 노동자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사회복지시설, 활동지원과 돌봄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 모두, 우리의 손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시설들이 소재한 지역사회의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도시락배달이나 상담지원도 중요하다. 시설의 방역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의 손을 필요로 하는 것은 대구 경북이다. 

대구 경북에 많은 응원들을 보내주고 후원금을 모으고 있지만 이는 보수적인 대응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람이다.
‘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도움이 되고 안되고는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그곳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20세의 청년이 수해지역에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며 가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그 도움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에게 권력이 주어진다. 사회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집단에게는 미래가 없다. 코로나 19는 의료문제만이 아니다. 생활의 문제이고 욕구의 문제이고, 개인과 가족의 문제이고 지역사회의 문제이다.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그 곳에 있다. 또한 감염병은 모두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감염병이 발생하였을 시, 그 대응에 있어서 전 사회가 동참하여야 하고 전 세계가 함께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의 역할을 발견할 것이고 그것을 다할 때 사회는 우리에게 신뢰를 줄 것이다.    

재해에 대한 사회복지 현장의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유형별, 협회별로 분절된 사회복지 현장의 한계가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다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각개전투로 임하고 있다.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지인을 통해 알뿐이고 그것을 지원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도 막연한 상황이다.

이 상황을 중앙에서 조정할 수 있는 사회복지 현장의 집단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그러하니 개별 시설별로 개별 시설차원의 대응에서만 머물고 있는 것이다. 각 시설들도 정부와 지자체의 결정만을 기다리니 전체 사회를 보지 못하고 개별 시설들이 할 수 있는 것들만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내려지는 결정이 휴관이며 우리의 초점은 ‘휴관을 하는가? 마는가? 언제까지 하는가?’ 이다. 

승근배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양지노인마을 원장)

어느 연대회의이든, 어느 협회이든, 단체이든 중앙 콘트롤타워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대구 경북으로 가서 사회가 우리에게 바라는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

전염병 재난이든 또 다른 어떤 재난이든 간에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