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사회복지시설 모든 종사자, 9일부터 '강제 코호트 격리'...타 지역 확대되나
경북 사회복지시설 모든 종사자, 9일부터 '강제 코호트 격리'...타 지역 확대되나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3.09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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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시설장 재량 '예방적 코호트 격리'서 선회...2주간 573개소 모두 2주간 강제 코호트 격리 시행
△경북 도내 모든 사회복지거주시설 종사자 외출 및 퇴근 금지 △외부인 면회 제한 △입소자 외출 제한
9일~22일 보름간…어길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행정명령’
"아이 맡길 곳 없다", "종사자들 시설 내 쉴 곳 없다"면서도 불만 내색 못해

경북지역 사회복지시설에서 잇따라 집단 감염이 이어지자 모든 시설에 대해 ‘코호트 격리’ 지시가 내려져 논란이다.

경상북도는 지난 5일 열린 코로나19 대응 복지시설 방역관련 긴급대책 회의에서 ‘예방적 코호트 격리시설 지정’에 대해 논의하며 시설장 책임 하에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북지역 사회복지시설에서 집단 감염 추세가 꺾이지 않고 61명(장애인거주 21, 직업재활 5, 노인요양 20, 재가노인 12, 노인일자리 1, 지역자활 1, 지역사회재활 1, 3월 5일 기준)에 달하는 감염자가 발생하자 입장을 급선회했다.

경상북도는 지난 6일 저녁 573개 사회복지 생활시설에 대해 ‘위험구역’을 설정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내고, 9일~22일까지 2주간 의료진을 제외한 모든 인원의 출입을 금지하는 강제조치에 돌입했다.

△경북 도내 모든 사회복지거주시설 종사자 외출 및 퇴근 금지 △외부인 면회 제한 △입소자 외출 제한
9일~22일 보름간…어길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행정명령’

3월 6일 경상북도가 각 시군에 발송한 공문
3월 6일 경상북도가 각 시군에 발송한 공문

이 기간동안에는 종사자 외출 및 퇴근이 금지되며, 외부인 면회와 입소자 외출을 제한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집단 감염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것을 막지 못하면 경북은 계속 감염이 늘어날 것”이라며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권고가 아닌 강제사항이다. 도와주길 당부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상응하는 벌칙이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6조 제1항 제1호 및 같은법 시행령 제53조와 행정절차법 제48조(행정지도의 원칙)에 의거해 시설장에 권고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제41조(위험구역의 설정)과 제46조(시ㆍ도지사가 실시하는 응급조치 등)에 의거, ‘사회복지시설 위험구역의 설정’ 응급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권고가 아닌 행정명령을 내린 것.

경북 도내 23개 시군의 시설 주출입구에는 ‘위험구역의 설정’ 게시물을 설치하고,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다.
종사자 외출 및 퇴근이 금지되며, 외부인 면회와 입소자 외출을 제한 등을 어길 경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79조 및 제82조에 의거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혔다.

당초 대상 시설수는 581개였으나 개보수 등의 이유로 휴관하거나 현원이 1명 이하인 10개소가 제외됐고, 신규 및 재개원된 2개소를 추가해 573개소를 대상으로 한다.

근무방식도 바뀌었다. 당초 종사자가 1주일씩 교대근무를 하며 2주간 진행하는 방식이었으나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일각에서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근무자 교대없이 모든 종사자가 시설에 입소해 2주 전체를 근무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또 격리된 생활시설과 동일 건물에 재가노인복지시설 및 재가장기요양기관이 있을 경우 이들도 포함해 시행한다.

이로 인해 이 시설 또는 기관이 휴원하게 되면 급여 일부를 인정 하도록 복지부 특례를 받아 놓았으며, 이를 이용하던 어르신들에 게도 다른 형태의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도지사는 “어르신들과 우리 이웃의 안전을 위해서 여러분에게 불가피하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한 것에 도지사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코호트 격리로 인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개인적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시설장과 시장 및 군수께서 적극적으로 조치해주고, 도에서는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코호트 격리가 시행되는 시설에는 직원과 입소자 등 모두 약 1만7천 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도내 23개 시군의 시설 주출입구에는 ‘위험구역의 설정’ 게시물이 설치됐다
경북 도내 23개 시군의 시설 주출입구에는 ‘위험구역의 설정’ 게시물이 설치됐다

경북 사회복지시설, ‘어쩔 수 없다’ 반응…소통부재는 ‘부글부글’

이번 경북의 결정은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요양시설 쪽에서 도 차원의 강제시행 조치에 대한 요구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동안 중대본 등에서 의료기관과 사회복지시설, 종교시설을 ‘집단발병 사례’로 꼽고 있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예견되기는 했으나, 행정명령까지 집행될줄은 몰랐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7일 오전에 진행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코호트 격리를 모든 시설에서 하기는 쉽지 않다. 경기도 역시 3일에 한번 교대하는 방식이며, 경북이 제시한 모델도 일주일마다 종사자들이 교대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으나, 실제 현재의 시설 상황을 보면 그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활시설 대부분은 종사자들이 숙식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지역 여건에 따라 권고하고, 이행 가능한 곳은 필요한 지원을 해서 예방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혀 중대본과도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주일씩 2주간의 '코호트 격리'를 준비해오고 있던 경북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은 불안해하면서도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으나, 행정명령이 담긴 공문이 금요일 퇴근 이후에야 시행돼 갑작스러운 보름간의 ‘집단격리’ 소식에 어수선한 이틀을 보냈다. 특히 지난 8일 23시 50분까지 입소명령이 떨어진 요양시설 종사자 중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대해 이 도지사는 보육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종사자들의 근무와 관련해 “2주간 근무할 수 없는 분들은 업무에서 배제하고, 임금은 재택근무로 준해 주도록 하고, 다른 인력으로 대체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현장과 온도차가 상당했다.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을 둔, 부부가 같은 시설에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경북지역 한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는 “(코호트 격리시)시설 입소에서 업무 배제되는 기준은 초등학교 2학년 이내의 자녀만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래도 일주일씩 근무한다고 하니 남은 사람이 아이를 돌보려고 계획했으나 갑작스러운 도의 결정때문에 아이 둘을 어디에 맡겨야 하나 전전긍긍하다 친척에게 간신히 부탁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경북지역 한 장애인거주시설 원장은 “사실 시설장 재량으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 여부를) 결정하라고 해 고민이 많았으나, 강제사항이 되고나니 오히려 부담감을 덜었다.”라면서도 “직원 대부분이 일주일씩은 시설에서 거주인과 함께 생활할 각오를 하고 있었으나, 주말 직전에 갑자기 연락와 2주간 무조건 시설에 있어야 한다고 하니 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나마 우리 시설은 종사자들이 시설 내 별도의 공간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자녀가 어린 종사자들 외에는 큰 반발이 없이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노인요양시설 원장은 “요양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니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으나, 2주간 시설 내에서 지내야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현실적인 고민들이 상당하다.”며 “우리 시설은 직원들이 머물 공간이 없어서 어렵사리 자리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쉰다는 표현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자녀 문제도 그렇고, 종사자 거주공간도 그렇고, (코호트 격리 이후) 노무문제 등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혹시나 누구라도 외부에서 감염됐다 거주인에게 옮기는 날에는 시설 문닫는건 물론 사회적 지탄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있더라도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시설 뿐만 아니라 다른 요양시설 요양보호사들도 (이번 조치로 인해) 퇴사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해 이를 막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이번 조치가 최선일까 의문이다. 이 상황이 끝난 이후가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인요양시설 원장은 "도에서는 연장근무 수당조로 50여 만원을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장기요양급여산정기준에서 정한 의무근무시간을 준수해야 하는데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면 고시에 정한 필수인력이 다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고 의무근무시간을 다 채울 수도 없으니 이마저도 못받는 것 아닌가 다소 걱정된다."며 "모든 시설 종사자에게 수당 줄 돈이 있으면 차라리 시설에 열감지 카메라와 휠체어 소독기를 비치해주고, 직원들 출퇴근용 k94 마스크를 지급해주면 어떨까 싶은데..."라며 말을 흐렸다. 

경상북도 홈페이지 '도지사에게 쓴소리' 갈무리
경상북도 홈페이지 '도지사에게 쓴소리' 갈무리

경상북도 홈페이지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의견 중에는 “각 시설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시설 내에서 종사자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기관에서는 종사자들이 일주일동안 식사를 해결 할 방법이 없다.”며 “출근자에게 일주일치 식사를 알아서 준비해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황당하기 그지 없다. 세세한 부분까지 지침으로 하달해주기 바란다.”는 목소리를 비롯해 “아무 이야기 없다가 갑자기 언론에 터트리는 행정은 정말 무책임한 행정이다. 집에 아이들끼리 둘 수 없어 타 지역의 친척집으로 계속 알아보고 있다. 최소한 업무 전, 사회복지사와 기본적인 협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의 글도 올라왔다. 

‘위험구역의 설정’, 시설에 대한 낙인…감염취약지역 등으로 용어 수정해야

경북 사회복지시설 코호트 격리 행정명령에 대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오승환 회장은 “납득은 할 수 있으나 과도한 조치.”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오 회장은 “이번 조치로 인해 모든 거주시설 앞에 ‘위험구역의 설정’이라는 게시물을 부착해야 하는데 엄청난 낙인.”이라며 “위험구역이 아닌 ‘감염취약지역’ 등으로 용어를 바꿔야 하며, 기존 계획과 달리 강제하는 조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구 장애인지역공동체 조민제 사무국장은 “감염률이 가장 높은 대구에서도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강압적 코호트 격리는) 논의해본 적이 없다.”며 “경북의 이번 조치에 대해 활동가들과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지는 않았으나, 강압적인 조처에 대해서는 과도하고,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의견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 정석왕 회장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한 생각은 지역과 상황에 따라 온도차가 다소 있다.”고 전제한 뒤 “지역 나름의 상황이 있기 때문에 중앙에서 어떤 입장을 내는건 어렵고, 전적으로 지역 협회장의 판단을 지지한다. 경북의 선제적인 조처에 대해서도 나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한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9일 지역 협회장들과 심도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광역시도 경기도와 같은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시설 내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 코호트 격리 권고 대신 감염예방에 대한 여러가지 조치를 더 강화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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