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 최혜영ㆍ김예지ㆍ배복주 당선권…사회복지계는 당선권 밖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 최혜영ㆍ김예지ㆍ배복주 당선권…사회복지계는 당선권 밖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3.1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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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김예지, 배복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한국당, 정의당 장애인 비례대표 안정권 순번에 들어 국회 입성이 확실해 보이나 사회복지계 인사의 비례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 일반경쟁분야 21명, 제한경쟁분야 10명의 정견발표 후 실시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순번결정’을 위한 중앙위원회 투표 결과 민주당 1호 인재로 영입된 최혜영 교수가 김효진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인권전문위원회 장애차별 전문위원, 홍서윤 한국교통안정공단 비상임이사를 제치고 낙점돼 비례 1번을 받아 비례대표 당선이 확실시 된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후보 비례 1번 배정

더불어민주당 비례 1번을 배정받은 최혜영 후보
더불어민주당 비례 1번을 배정받은 최혜영 강동대 교수

최혜영 후보는 신라대학교 무용학과에 다니며 발레리나를 꿈꾸다 24살이 되던 2003년 빗길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장애를 입었다. 이후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강의와 교재개발, 프로그램 연구에 뛰어들었다.

최 후보는 지난 2009년 한국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해 전국 국공립기관·대학 등에 강연을 나가며 직장과 학교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에 노력해왔으며, 교육과 강연 활동뿐만 아니라 연구, 뮤지컬, CF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활동을 펼쳐왔다.

2012년에는 최 후보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뮤지컬이 제작됐으며, 최 후보가 직접 주연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 2017년 여성 척수 장애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현재는 강동대 교수로 부임 중이다.

최 후보는 지난해 12월 26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일하던 언니의 눈물겨운 뒷바라지로 간절하게 그리던 발레리나가 됐지만, 무대로 날아오르기도 전에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이후 편견과 장애인을 고립시키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20년을 보냈다.”며 “사회에는 신체적, 사회적 약자가 아닐 때 느끼지 못했던 사회적 문턱이 곳곳에 존재한다. 이 문턱을 없애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회복지계에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상이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가 비례 14번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이 교수는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창설에 기여했고 의약분업 정책을 주도했으며, 2000년부터 20년째 제주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제주도에서 추진됐던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며 이의 반대운동을 주도했고, 2010년부터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다. 

1~20번 순위를 부여받은 후보들은 민주당이 참여하는 진보개혁진영의 비례연합정당에 파견돼 총선을 치른다. 민주당은 앞서 비례연합정당 후보 앞순위를 군소정당에 양보하고, 자당 후보를 당선권 후순위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예를들어 비례연합정당이 민주당 몫 순번을 20번부터 배치하기로 결정할 경우, 이날 확정된 순위대로 20~40번에 후보를 세운다는 것.

민주당이 확실한 당선가능권으로 보는 순번은 ‘7번’까지로 보고 있어 최 후보는 당선권에 안착했으나, 이 후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한국당,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 비례 3번…이종성 후보 22번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도 16일 40명의 비례대표 후보자로 공천한 가운데,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씨가 비례 3번을 받아 당선권 안에 들었다.

미래한국당 비례 3번 배정받은 김예지 한국장애인예술인협회 이사
미래한국당 비례 3번 배정받은 김예지 한국장애인예술인협회 이사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미래한국당 1호 영입인재로 선택된 김예지 한국장애인예술인협회 이사는 숙명여대 피아노 실기강사 출신으로 현재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운영위원을 역임하고 있으며 바이애슬론 선수로도 활약 중이다. 김 후보는 선천성 망막 색소 변성증으로 인해 시각장애(전맹)를 갖게 됐으며,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숙명여대 피아노전공 학사와 음악교육전공 석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비례대표가 단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애를 ‘딛고’ ‘안고’ ‘업고’ 일어난 의지의 장애인으로 이미지만 광고하듯, 감성팔이 하듯 내세워지고 딱 그만큼만 일하는 역할이어서는 안 된다.”며 “당사자로서 경험을 통해 느끼고 뼛속 깊이 동감한 부분들이 반영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영입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장총련은 성명서에서 “김 후보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서 그동안 장애계에 직접 참여하여 활동한 경력이 거의 없다.”며 “장애계를 대표해 장애인복지 정책을 입안하고 장애인을 아우를 수 있는 입법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없으며, 정치적 활동에 관심도 없었고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하여 영입한다면 전체 장애계를 대변할 당사자라고 인정할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총련은 앞서 지난 1월 31일 미래통합당 8호 영입인사로 선정된 이종성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우려한듯 “이번 총선을 위해 미래통합당은 장애인계를 대표해 장애계에서 26년여간 일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인재를 영입했다.”며 “이에 대해 장애계와 정치권에서도 여타 정당의 인재영입에 비해 우월하다는 극찬을 한 바 있음에도, 미래한국당은 이를 원천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했다. 이에 대한 장애계의 실망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으며 특히, 인재를 영입해놓고 무책임한 미래통합당의 행태에 대해 보수우파 지지를 천명한 장애계는 이용만 당했다는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장총련의 우려대로 이종성 후보는 비례 22번을 배정받았다. 당 안팎에서는 20위 이내를 당선권으로 보고 있어 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가능성은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신청에는 강병영 부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장, 김경민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류병필 전 경기도신체장애인복지회 평택지부 사업과장, 박마루 복지TV 사장, 장동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보호작업장 시설장, 정원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황경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 구미경 전 대전여성장애인연대 창립회장, 김임연 전 장애인올림픽 사격선수, 나은화 전 서울시의회 의원 한나라당 비례대표, 백민애 재미대한장애인체육회, 정숙자 한국장애경제인협회 회장 등가장 많은 장애인 인사가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나 낙점받지 못했다.

정의당, 배복주 후보 비례 7번 배정

가장 먼저 비례 선정을 마친 정의당은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가 비례 7번, 장혜영 감독이 비례 2번을 배정받았다.

정의당은 지난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선출선거 비례대표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비례대표 경선은 당권당원의 투표결과는 70% 비중으로 환산, 시민선거인단의 투표결과는 30% 비중으로 환산해 결과에 반영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경쟁명부 중 청년할당으로 1, 2, 11,12번 등의 순번을 35세 이하 청년에게 할당해 장혜영 후보가 비례 2번을 배정받았으며, 장애인할당으로 배정된 7번에는 배복주 후보가, 18번에는 정의당 장애인위원장 박종균 후보로 결정됐다. 선거 과정에서 특정 협회의 지지여부로 논란을 빚은 이영석 정의당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특별위원장은 28번을 배정받았다.

정의당 비례 7번을 배정받은 배복주 후보
정의당 비례 7번을 배정받은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

정의당은 이번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10% 가량 득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당선권은 7~8번까지로 내다고보고 있어 배 후보의 국회입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복주 대표는 장애여성공감 대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을 역임하는 등 성폭력피해자 지원 및 여성폭력방지정책 마련에 공헌해왔다. 또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부하직원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인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에서도 활동했다.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배복주 대표는 “장애인 인권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고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가장 많이 만났다. 2011년 도가니 사건부터 2018년 사회적으로 가장 큰 울림이 있었던 미투 운동의 피해자분들과 공동으로 대응해왔다.”며 “장애인의 낙인과 배제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사회적 시민권을 가진 주체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큰 장벽이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장애인의 권리 보장법이라는 법 제정을 통해서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제가 주목하는 것은 탈시설과 발달장애, 장애여성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은 내지않고 비례대표만 공천하기로 한 국민의 당에는 111명의 지원자가 몰려 오는 23일까지 명단과 배정번호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 당원 총투표를 거쳐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녹색당은 김혜미 세상을바꾸는사람들(세밧사) 간사가 비례 2번을 배정받았으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이로써 21대 국회에는 최소 3명의 장애인당사자 후보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